[헬스코치] 부부가 함께 살 빼면 시너지 효과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신년을 맞아 체중감량을 목표로 걸고 진행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작심삼일인 경우가 허다하다. 나는 신년에 다이어트를 목표로 세우고 작심삼일하여 낙담하는 숱한 사례를 보면서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안한다.

함께 살을 빼라는 것이다. 같이 할 사람 한 명을 정하고 그 사람과 같이 살을 빼면 살 빼기가 훨씬 쉽다. 물론 심판을 한 명 두어 그 사람이 두 사람의 체중감량경쟁을 공증해주면 그 효과는 더욱 배가될 것이다. 일정한 기간 동안 목표를 정하고 중간중간 서로의 체중감량경과와 고충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누어 보자.

얼마 전 EBS TV 건강가족 프로젝트에서 소아비만 방송 촬영을 하였다. 어린 시절 사진 속의 쌍둥이 자매는 무척 귀엽고 매력이 있었다. 그런데 먹기 경쟁을 하면서 두 아이 모두다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초고도비만이 되었다.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아이의 몸무게는 70kg, 체지방율은 50%에 육박하는 거대한 체지방비만이 되었다.

이러다 보니 아이들의 몸 속에는 고지혈증, 지방간 등의 성인에서나 찾아볼법한 무서운 성인병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학교까지 같은 반인 쌍둥이 자매는 거의 24시간 붙어 다니면서 먹고, 움직이지 않는 삶의 강력한 동맹관계로 연결되어 있었다. 고도비만으로 인한 외모적 열등감으로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져 있는 아이들에게 살 빼기라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면담시간 동안 아이들은 자주 울먹거렸다.

나는 아이들의 먹기로 연결된 동맹을 깨기 위해 아이들 사이의 미묘한 라이벌 의식을 이용하였다. 비교와 보상은 물론 누가 못하나 하는 단점을 찾아내고 잘못한 부분을 들추는 것보다는 두 아이가 잘한 부분을 찾아내서 칭찬해주는 방법을 택하였다. 물론 칭찬을 받지 못하는 아이는 삐죽거리거나 심지어 샘이 나 울기도 하였지만 의외로 그 결과는 놀라왔다.

선의의 라이벌 의식이 발동하고 먹기 동맹에서 살 빼기 동맹으로 둘의 관계가 변화되면서 체중감량은 가속도가 붙었다. 1달간 쌍둥이 모두 4kg 감량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내었고 아이들은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획득하였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삶이 살찌는 중독적 삶에서 건강한 삶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제일 소중한 결과였다.

우리 병원에는 부부가 같이 살을 빼러 다니시는 분들이 있다. 처음에는 오시기를 주저하시던 아내도 두어 차례 치료 후 배가 홀쭉해지고 몸이 가벼워지면서 오히려 자신을 데리고 온 남편보다 더 열심이다. 부부는 매주 병원에 오실 때마다 그 나이또래의 체중감량평균속도를 상회하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것이 부부가 화합해서 만들어내는 체중감량의 시너지 효과이다.

한국인의 관계중심의식과 비교문화를 긍정적으로 적용한 결과이다. 한국사람의 규정짓는 가장 큰 특징중의 하나가 있다면 함께 문화이다. 무엇을 해도 함께 하면 신이 나고 할 맛이 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함께 문화가 건강영역에서는 주로 몸을 해치는 쪽으로 많이 작용해왔다. 술잔 돌리기, 모이면 술 먹기와 더불어 담배 권하기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제 이 함께 문화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영역이 결심과 실행이 필요한 금연과 다이어트이다.

다이어트는 삶을 바꾸는 과정이다. 지금의 비만은 소모와 과로의 생활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어내는 중독된 삶의 결과이다. 따라서 다이어트에는 발상의 전환뿐만 아니라 꾸준함이 필요하다. 비만의 뿌리인 살찌는 삶은 웬만한 노력으로는 쉽게 변화시키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 이제 체중감량 혼자 하지 말고 파트너와 함께 하자. 그 파트너는 가족이어도 좋고, 친구여도 좋고, 회사동료이어도 좋다. 함께 한다면 시작이 반이고, 보람은 두 배가 될 것이며 성공가능성은 열 배가 될 것이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칼럼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