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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제임즈·카메론 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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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마을마다 동회에는 항공기 식별도표가 있어서 B형·F105 등이 그려져 있으며 「로키트」 ·「네이팜」폭탄 등 공격무기의 식별도표도 있다. 농민조합이 생긴지는 5년째이고 약40%의 농민이 이에 가입되어 있는데 강변농촌에서는 l백50호가 한 단위이고 산촌에서는 50호가 한 단위이다. 농민조합에는 어디나 학교가 있는데 두 시에서 피난 나온 어린이들 때문에 포화상대를 이루고있었다.
「하노이」에는 학교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불과 수주일전에「하노이」공과대학이 개교식을 올렸는데 이 학교는 순전히 소련의 원조로 세워졌다. 공장시설도 사방으로 흩어 놓았다.
월맹을 공업화하였다고 말하는 것은 당치 않을 것이다. 1955년만해도 중공업시설 20개를 포함하여 「하노이」에는 겨우 40개의 공장밖에 없었다. 현재에는 약1천2백개의 공장이 「하노이」·「하이풍」·「남딘」·「홍콩」·「타이·뉴엔」 등지에 세워져 있다.
여기서는 농업기계·자전거·진공관 등을 만든다. 그러나 「하노이」교외에 있는 거대한 방직공장은 중공의 원조로 세워졌는데 6천명의 직공 가운데서 3천명과 시설의 반을 소개하고있다.
「하노이」에 남아있는 월맹인들은 얼마 전에 군중대회를 열었는데 그것은 미국국민을 지지한다는 시위였다. 정말로 이 땅은 색안경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세계이다. 이들이 미국국민을 지지한다는 것은 물론 「노만·모리슨」을 지적하는 것이다. 바로 지난가을「워싱턴」에서 월남전쟁에 항의하여 분신 자살한 사람 말이다.
월맹인들은 심지어 『「노만·모리슨」은 죽지 않는다』는 노래까지 지어 부른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일이다. 「스탈린」의 초상과 흉상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값은 1·6「동」이다. 그렇지만 「호」영감의 것은 1·8「동」이다.
낮에는 월맹의 도로에 움직이는 것이란 볼 수 없다. 「버스」도 없고 「트럭」도 없다. 아마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이 나라에 차량이란 없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폭격을 당하는 것은 주로 도로와 교량이기 때문에 해뜬 뒤에 이에 접근하는 것은 위험한 것이다.
들에서 곡식을 거둬들이는 농부들은 나뭇잎으로 위장을 한 채 낫을 들고 일을 한다. 「카니벌」이라도 하는 듯한 차림같이 보인다.
논두렁 한쪽구석에는 얼른 보기에 곡식더미 같은 것이 보이는데 이것은 다름 아닌 소총더미이다. 도로는 허전하게 뻗쳐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일단 해가 지고 나면 모든 것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선 어둠살이 들기 시작하면 도로가 생기를 찾는다. 자동차의 발동이 걸리고 행렬을 지어 「헤드·라이트」를 끈 채 어둠을 뚫고 간다.
이러한 상태 하에 나는 「싸우는 지역」이라는 「탄·호아」에 갔다.
「하노이」를 떠난지 두시간만에 길이 막혔다.
몇 시간 전에 미군기들이 날씬하게 도로를 갈겨서 길이 막힌 것이다.
어둠을 헤치면서 폭격지점까지 기다시피 해서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벌써 길이 개봉되어 있었다. 자동차가 통과하기에는 좀 불편했지마는 대개 부녀자들로 구성된 수많은 사람들이 폭격 맞은 자리에 흙을 갖다 메우고 있었다.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 헤어 볼 수는 없었으나 수백명은 될 것 같았다. 이와 같은 도로를 고치는 일은 언제나 볼 수 있다. 월맹의 거의 모든 주요도로에서는 끊임없이 보수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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