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사동 갤러리상 '이은경 초대전' 열려

중앙일보

입력

서울 인사동 갤러리 상에서 열리고 있는 이은경(37) 초대전은 강렬한 발묵(潑墨:먹의 번짐) 효과와 힘찬 필선이 배합된 수묵풍경화들을 보여준다. (11월5일까지) .

작가가 그리는 풍경은 소멸해가는 시골 마을의 폐가와 그 옆에서 비바람을 견뎌온 거대한 고목이다.

슬레트나 기와로 지붕을 얹은 가옥은 주인이 도시를 향해 떠나면서 버려졌다. 집채만한 고목 둥치는 뒤틀어지고 구멍났지만 몇가닥 힘찬 가지가 아직 살아있음을 알리고 있다. 어두운 하늘과 동화된 듯한 고목이 내려다보고 있는 초라한 지붕들. 사람의 훈기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스산한 풍경이다.

작업은 폐농이 된 시골마을을 찾아다니면서 수없이 거듭한 스케치를 바탕으로 한다. 그 중심점이자 출발점은 고목이다.

"집채만한 고목을 단숨에 그려넣는 장면은 나무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화면 가득히 토해내는 퍼포먼스 현장처럼 느껴진다"(신혜영 큐레이터) 이어 며칠씩 고목을 들여다보며 나머지 화면구성을 모색한다. 다음에 강한 먹선으로 기본적인 구조와 윤곽을 그려넣는다.

마지막으로 먹과 물 분사기를 이용해 발묵효과를 낸다. 묵직한 필선과 유연한 발묵을 통해 고목은 작가의 정서를 표현한 추상화와 같은 모습을 띠게 된다. 그것은 고즈넉함이라기 보다 세월과 고목에 대한 외경심에 가깝다.

어두운 구름이 떠있는 하늘과 조응하는 고목은 곳곳으로 번져나간 먹의 자취로 인해 생명력과 상처를 함께 느끼게 한다. 작가는 이화여대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모교에 출강 중이다.

MBC 미술대전 장려상, 대한민국 미술대전.중앙미술대전 특선 등을 했으며 이번이 2번째 개인전이다.

02-730-0030.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