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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세계 무역 8강의 숨은 주역 ‘벤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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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송종호
중소기업청장

유튜브 1위 싸이, 스마트폰시장에서 2위와의 점유율 격차를 키워 가는 삼성전자, 미국시장 10% 점유율을 바라보는 현대자동차, 요즘 대한민국호는 정말 대단하다. 무역 8강으로 부쩍 성장한 한국의 위상이 실감 난다. 그러나 이런 성공의 이면에 우리 벤처기업들의 노력과 성취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싸이가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는 모태펀드의 투자를 받아 성장한 문화콘텐트 벤처다. 세계로 뻗어 가는 갤럭시 시리즈의 경쟁력은 실리콘웍스·크루셜텍 같은 1000억원 벤처 43개 사를 비롯한 여러 벤처기업들에서 나온다.

 2011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총 매출액은 183조원이 넘었다.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 벤처기업도 381개에 이른다. 이제 벤처기업은 우리 경제의 신화이자 명실상부한 주요 축으로 성장했다. 벤처를 거쳐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까지 합하면 적게 잡아도 총 매출액이 250조원 이상으로 재계 1위 규모이며, 대기업보다 3배 많은 고용증가율로 고용 없는 성장 문제를 해결해 가고 있다. 물론 2000년대 초 IT버블 붕괴 등 어려운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혹독한 어려움을 단련의 기회로 삼은 벤처인들 덕에 NHN·넥슨·셀트리온·휴맥스·NC소프트·네오위즈·골프존 같이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들이 속속 생겼다. 정부도 연대보증제도를 손질, 최저자본금 폐지 등으로 제도적인 뒷받침을 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청년기업가정신재단도 만들었다. 때마침 시작된 스마트폰·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모바일 혁명은 우리 벤처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이렇게 정부·벤처기업·벤처캐피털·대학 등이 합심해 노력한 결과, 드디어 벤처 창업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모바일 설문조사서비스 ‘오픈서베이’를 만든 김동호(26) 대표가 전형적인 사례다. 연세대 재학 중에 중소기업청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한 그는 서비스 1년 만에 설문응답 수가 1000만 건을 넘어서는 성공을 거뒀고, 최근 벤처캐피털 두 곳의 투자를 받아 미국 진출에도 나섰다.

 이런 성과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기술 창업의 바로미터가 되는 신설 법인 수가 2008년 연간 5만 개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7만 개 수준으로 증가했다. 벤처기업 수도 계속 증가해 2만8000개에 이르렀다. 티켓몬스터·카카오·선데이토즈(애니팡) 등 새로운 형태의 기업들이 생기면서 고용을 빠르게 늘려 가고 있다.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도 대부분 청년에게 돌아간다. 청년의 일자리를 청년이 만드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 우리 벤처 생태계도 창업-성장-회수-재도전이 원활한 선순환 형태로 빠르게 변해 가고 있다. 우리도 실리콘밸리와 같이 성공한 1세대 창업가들의 에인절투자와 멘토링이 확대되고, 실패한 경험이 재도전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 시간에도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며 창업기업·벤처기업을 이끌고 있는 CEO들, 젊은 예비창업자들이 있다. 지금까지 신화를 써온 선배들의 ‘성공 스타일’을 이어 갈 또 다른 주인공들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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