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눈 감고도 운전하는 우리 아빠 … 차에 눈이 달렸으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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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우리가 책임진다’. 미래 시장을 겨냥해 상상 속의 모습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신성장동력 업체들의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정부는 2009년부터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17개 산업을 신성장동력 기술로 지정해 지원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연평균 15조원을 투자해 이 분야에서 총 560조원의 신규 생산 창출 효과를 거뒀다. 새로 생긴 일자리만 23만 개에 달한다. 지경부 조영신 성장동력과장은 7일 “신성장동력 산업은 이미 국내 총생산(GDP)의 5.8%를 담당할 정도로 커졌다”며 “차세대 먹거리 육성 차원에서 될성부른 신성장동력 산업을 선별해 집중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선정된 업체 중 독자 기술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스타 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3개 기업을 소개한다.

장정훈·채승기·조혜경 기자

세계 첫 컬러 카메라 … 신호등 빨간불에 ‘멈춤’
차 영상인식업체 ‘피엘케이’

장애물·신호등을 인식하는 차량용 센서를 개발 중인 박광일 피엘케이 대표. [김성룡 기자]

‘자동주행 버튼을 누르면 액셀러레이터가 눌리며 자동차가 출발한다.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면 알아서 멈추고, 도로 옆의 속도 표지판에 따라 주행속도를 조절한다. 골목길에서 사람이 갑자기 튀어나오자 핸들이 돌며 방향을 바꾼다.’

 공상과학(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꿈의 자동차’가 당장 내년쯤이면 국내에서도 등장할 전망이다. 벤처업체 피엘케이테크놀로지가 개발 중인 자동차 영상인식 기술이 거의 완성 단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피엘케이의 기술은 차량의 전방에 달린 카메라가 차선은 물론 신호등과 장애물 등을 인식해 차량의 주행속도를 조절하거나 멈춰 서게 할 수 있다. 이 회사 박광일(42) 대표는 “현재 장애물 중 사람을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보완 중”이라며 “내년쯤에는 운전자가 눈을 감고 있어도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는 자동차의 눈(카메라)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피엘케이가 2004년 독자 기술로 개발한 차선 이탈 경보시스템은 이미 현대·기아차의 에쿠스·K9·제네시스 등 11개 차량에 탑재돼 있다. 카메라가 주행 차선을 알아보고 운전자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 차선을 밟으면 경보를 울려준다.

 피엘케이는 세계시장에서 이스라엘의 모바일라이와 함께 차량 영상인식 기술 분야의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이 기술을 개발 중인 업체는 전 세계에 10여 개가 있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은 이 두 회사만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모바일라이가 흑백 카메라를 기반으로 한다면 피엘케이는 세계 최초로 컬러 카메라를 적용했다. 신호등과 차선 색깔까지 정교하게 알아볼 수 있어 인식률이 높다. 피엘케이의 기술은 앞으로 국내 회사의 자동차 수출에도 요긴하게 쓰일 전망이다. 현재 유럽과 미국은 차량에 지능형 안전장치를 탑재하는 걸 법규화하고, 신차가 출시될 때 안전평가에 이를 반영하고 있는 추세다. 2018년까지 차량 영상인식 기술 시장 규모는 국내 2300억원, 전 세계에선 4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당초 현대·기아차의 사내 벤처로 출발한 피엘케이는 2003년 독립했다. 당시에는 직원 5명에 연매출 3억원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직원만 35명에 연매출 1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2010년 지식경제부로부터 신성장동력 업체로 지정돼 자금을 지원받으면서 안정적인 성장의 기반을 쌓을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경기도 의왕에 생산 공장을 짓기도 했다. 현재는 현대·기아차에서 매출의 70%가 발생하지만 올해부터는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박 대표는 “자동차에 눈을 달아주는 독자기술을 완성해 미래시장을 개척할 것”이라 고 말했다.

휴대폰으로 전기량 실시간 체크 … 요금폭탄 방지
스마트그리드 ‘누리텔레콤’

전력 낭비를 줄일 수 있는 전력망 기술을 개발한 조송만 누리텔레콤 사장. [김도훈 기자]

스마트폰 사용자는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자신이 사용한 데이터량을 수시로 체크하는 게 익숙하다. 요금제에 따라 제공하는 기본 데이터보다 더 많이 사용했다가 ‘요금폭탄’을 맞는 걸 막기 위해서다. 앞으로는 전력도 이처럼 실시간으로 사용량을 점검할 수 있게 된다. 전력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값이 싼 심야시간대의 전력을 모아놨다가 낮에 쓸 수도 있다. 전력망에 정보통신(IT) 기술을 결합해 전기 공급자와 소비자가 쌍방향으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기술 덕이다.

 스마트그리드 업체 누리텔레콤의 조송만(53) 사장은 “사용하는 전기량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기만 해도 전기요금이 약 15%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조 사장이 1992년 설립한 누리텔레콤은 스마트그리드의 다양한 분야 중 하나인 ‘스마트 계량기’를 만든다. 검침원이 집집마다 방문해 확인하던 전력 사용량도 원격으로 점검할 수 있다. 이용자들은 스마트폰으로 이 정보를 동시에 받을 수 있어 언제 어디서든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다.

 또 가구마다 사용한 전력량을 분석해 계절이나 시간대별로 다양한 전기료를 선택할 수도 있다. 전기 수요가 몰려 요금이 비싼 시간대를 피하고, 밤이나 새벽 시간대에 세탁기나 식기세척기 가동을 예약해 두면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 전기를 공급하는 회사는 전기 소비 시간대가 골고루 나뉘어 피크시간대에 몰리는 걸 피할 수 있다. 조 사장은 “스마트그리드가 구축되면 전력 소비를 효율적으로 조절해 전력 수급난 해결은 물론 대규모 정전 사태도 방지할 수 있다”며 “앞으로 휴대전화 시장만큼이나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텔레콤은 국내서는 낯선 이름이지만 세계 스마트그리드 시장에서는 기술력으로 정평이 나있다. 스마트 계량기의 핵심부품인 ‘원격검침(AMI) 시스템’을 14년 전인 1998년 개발했다. 2003년에는 독자브랜드인 ‘아이미르(Aimir)’로 스웨덴·스페인·이탈리아 등 전 세계 13개국에 진출했다.

 스마트그리드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현재 세계적으로 30조원 수준인 시장 규모는 2016년 최대 125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조 사장은 “십 수년간 해외에 투자한 결실이 이제 곧 매출로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홈쇼핑서 맘에 드는 옷, 3차원 영상으로 입는다
증강현실 기술업체 ‘맥스트’

박재완 맥스트 대표가 증강현실 기술로 3차원 날개를 단 모습을 구현했다. [박종근 기자]

‘TV홈쇼핑을 보다가 노란색 원피스가 맘에 든 주부 김미래씨는 원피스를 직접 입은 자신의 모습을 확인해보기로 한다. 김씨가 스마트TV 앞에 서자 TV에 장착된 적외선 카메라가 김씨 체형을 찍어 원피스를 입은 모습을 3차원 화면으로 구현해 준다.’

 증강현실(AR) 기술 업체 맥스트의 박재완(39) 대표는 “가상의 콘텐트를 현실 세계에서 3차원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술이 완성 단계”라며 “김미래씨처럼 집에서 실제와 똑같이 가상으로 옷을 입어보고 쇼핑할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맥스트는 이미 증강현실 기술을 독자 개발해 교육이나 여행 등의 분야에서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맥스트가 교육용으로 만든 동물 소개 프로그램은 상반기 중 경기도의 한 동물원에 설치된다. 관람객이 기린 우리에 붙어 있는 태그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아프리카 초원에서 기린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3차원 화면으로 보여주는 식이다.

 증강현실 기술은 세계시장 규모가 2010년 2100만 달러(약 230억원) 정도지만 2016년에는 30억 달러(약 3조2000억원)로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쇼핑을 비롯해 의료·군사·교육·여행 등의 콘텐트와 결합하면 시장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 역시 2008~2012년 세계 10대 유망기술로 증강현실 기술을 선정했다. 국내에서는 지식경제부가 2009년 이 기술을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지정했다.

 맥스트의 증강현실 기술은 적외선 카메라만으로 누구나 손쉽게 3차원 콘텐트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적외선 카메라가 장착된 TV 앞에 서면 게임 속에서 갑옷이나 투구를 쓴 주인공으로 활약할 수 있다. 또 이 카메라로 찍은 세계 곳곳의 관광지 풍경을 3차원으로 구경할 수도 있다. 박 대표는 “ 앞으로 거실 벽이나 유리창 등에서 3차원 콘텐트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거실 벽에서 영화도 보고 멀리 떨어진 의사로부터 건강검진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맥스트는 박 대표를 비롯한 청년 창업가 세 명이 5000만원을 들고 2010년 세운 벤처에서 출발했다. 이후 자금난으로 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2011년 8월 지경부에서 3억원을 지원받으면서 기술 개발에 탄력이 붙었다. 맥스트는 국내는 물론 미국 등에서 특허를 냈고 글로벌 경쟁사들보다 기술이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벤처캐피털의 투자까지 잇따라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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