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봉 “인사권, 대통령 권한 아래 놓이면 남용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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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가 독립된 중앙인사기관의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인수위의 한 핵심 관계자는 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정한 인사는 새로운 정부 출범에 핵심적인 요소”라며 “독립적인 인사기구에 대해 논의하는 게 인수위의 주요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인사 기관의 설계에는 유민봉 국정기획조정 분과 간사(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견 행정학자인 유 간사는 특히 ‘인사행정’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박 당선인이 유 간사를 발탁한 이유도 인사정책 수립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유 간사는 저서나 논문 등에서 이명박 정부가 중앙인사위원회를 폐지한 데 대해 부정적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존속(1999~2008년)했던 중앙인사위원회는 1~3급 공무원의 채용과 승진을 관장했던 기관이다. 그러나 사실상 청와대가 인사권을 행사하고 중앙인사위원회는 심부름이나 하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이명박 정부는 이 기구를 폐지하고 인사기능을 행정안전부로 넘겨버렸다.

 하지만 유 간사는 저서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인사행정 개혁 방안에 대한 검토』에서 “국가경쟁력에 있어 인적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인사 기능을 독립시켜 인사 전문가로 하여금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독립된 인사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현 정부 들어 행정안전부가 인사 기능을 담당했지만 행안부 장관에 지방행정 전문가나 대통령과 정치적 이념을 공유하는 사람이 임명됨으로써 인사관리의 전문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앙인사위원회의 행안부로의 통합은 독립합의형(위원회형)이었던 인사기구가 비독립단독형(부처조직형)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인사권이 (부처조직의 형태로) 대통령의 권한 아래에 놓이면 독립성과 합의성을 갖지 못하고 인사권 남용으로 공직의 불완전성만 우려된다”며 “미국·영국·일본 등이 왜 위원회형 인사기구를 유지 발전시키는지 연구해 우리도 (공무원의) 실적주의와 직업공무원제가 성숙될 때까지 중앙인사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유 간사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의 중앙인사위원회 운영에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유 간사는 ‘중앙인사관장기관의 효율적 운영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김영평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등과 공저)에선 “그동안 많은 인사행정 전문가들이 중앙인사위원회의 설치를 주장해왔던 것은 독립성 때문이었다. (그런 전문가들의) 중앙인사위원회에 대한 비판은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성 부족에 맞추어져 있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이명박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독립성을 가지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유 간사 외에도 박 당선인의 선거대책위원회 정치쇄신특위는 “과거 정부에선 고위 공직자 인사와 관련해 최소한 지역안배의 원칙이라도 작동했지만, 이명박 정부에선 그런 원칙조차 사라지고 특정 지역 편중이 너무 심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인사 폐단을 쇄신하기 위한 독립적인 공직자 인사기구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겠다”(안대희 당시 위원장)고 한 적이 있다. 결국 중앙인사기관은 다른 형태로 5년 만에 부활할 가능성이 커 보이며, 청와대나 행정부와는 독립된 형태의 위원회가 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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