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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의 열대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극단「산하」의 제5회 공연 차범석 작「열대어」가 표재순 연출로 지난 4일부터 개막됐다. 흑인여성「글로리아」(강효실 분)와 한국유학생 양진우(최응찬 분)의 국제결혼이 빚어내는 일종의 인종비극이다.
「청기와 집」을 발표한 이래 차범석씨가 2년만에 내어놓은 알찬 작품이다. 「한국일보 연극영화상」대상을 받은「산하」의 기념공연으로서의 이번「열대어」는 종래의 우리 연극현실을 한 단계 넘어선 성공적인 기획이었다.
새로운 진경은 보이지 않은 연기진은 안전주의에 일관한 듯하여 일면 안정감 있고 믿음직한 무대를 이룩하였다. 이와 반면 무대장치는「액팅·에어리어」를 지극히 제한한 듯하다. 거실로, 양실로, 다시 마루에서 정원으로 행위의 진전은 무난하게 느껴지지만 사실은 폭 넓은 연기와 그「앙상블」을 저해한 것이다.
특히 날카로운 대결이 이루어지는「마루」는 충돌의 극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게 되어있다.
거실에서의 동작을 보면 약간 번잡한 것을 느낀다.
최근에 유행하는 이동식(?)조명은 우리 눈을 피곤하게 하는 듯하다. 한번 재음미 해야할 필요성을 아니 느낄 수 없다. 회상장면은 실연을 고려하지 않은 작품이었다 해도 연출의 세심한 배려로써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글로리아」강효실의 열연과 함께 안정하려는「산하」의 방향이 다음 공연을 주목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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