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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커비전] 성남 우승 계기 연고지 갈등 씻어야

중앙일보

입력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한국이 네덜란드와 경기를 치른 마르세유는 프랑스의 대표적 항구도시다. 마르세유는 과거 이민족이 함께 모여 살아 폭력과 마약, 종교문제로 프랑스에서는 소문난 골치아픈 도시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정치지도자들의 처방이 바로 프로축구팀 창단이었다.

1898년 창단된 마르세유팀은 그동안 한국의 정규리그와 같은 르 샹피오나에서 무려 아홉차례 우승했고, 프랑스컵을 10회나 거머쥐었다. 또 세계적인 프로팀이라면 한번이라도 정상을 꿈꾸는 챔피언스리그에서 1993년 우승하는 등 명문으로 발전했다.

마르세유팀이 우승할 때마다 마르세유 시민들은 이민족으로서 갖는 갈등과 종교적 갈등을 던져버리고 환호했고 무한한 자긍심을 만끽했다. 국내 K리그에서 안양 LG.수원 삼성과 피를 말리는 막판 경쟁을 펼치던 성남 일화는 사실상 올 시즌 우승을 확정지었다.

성남이 올 시즌 우승한 이유는 구단의 적극적인 투자로 샤샤(몸값 2백20만달러)와 이리네 등을 영입했고, 경기당 0.73골밖에 허용치 않은 안정된 수비가 꼽힌다.

여기에 64세의 최고령 감독인 차경복 감독의 노련함과 선진축구를 부지런히 공부한 김학범 코치의 도움, 그리고 시즌 전 터져나온 연고지 파동으로 인한 강한 팀워크 조성 등이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93~95시즌 3연패 후 이번 우승으로 리그 네차례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성남 팀에는 우승의 기쁨에 겹쳐 있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그것은 성남팀이 종교적인 이유로 인해 내년 월드컵까지만 한시적으로 성남을 연고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남의 우승은 성남시 축구팬의 승리다. 성남의 우승을 기점으로 성남시는 지난 봄 종교적인 갈등을 드러내며 보였던 볼썽사나운 모습을 더 이상 연출해선 안된다. 당시 분란의 중심에 있던 김병량 시장은 성남의 우승을 애틋하게 축하해야 한다. 성남시민을 대표해 성남팀 관계자들과 코칭스태프.선수들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걸어줘야 한다. 또 성남시의회 의원들과 시민들도 성남을 널리 홍보하고 챔피언컵까지 차지한 성남팀을 자랑스럽게 안아줘야 한다.

스포츠는 종교와 이념을 초월한 무한한 힘을 갖고 있다. 숭고한 스포츠정신을 성남시가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마르세유가 축구를 통해 유럽 최고의 항구도시로 발전할 수 있었던 교훈은 성남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남시는 신흥 대규모 아파트 도시인 분당과 재래도시 기능을 갖고 있는 성남으로 나눠져 크고 작은 갈등이 혼재해 있는 도시다. 또 종교적인 갈등도 있다. 갈등을 스포츠를 통해 해소하는 지혜를 발휘해 보길 바란다.

그 첫걸음이 바로 이번 일요일(28일) 전북 현대와의 마지막 홈 경기다. 김시장과 시의회 의원들, 시민들이 모두 어우러져 한바탕 신명나는 축제를 펼치기를 권한다.

<중앙일보 축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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