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귀신이 온다

중앙일보

입력

한밤중에 배달된 의문의 자루 두개,
들켜서도 죽여서도 안된다!
누구도 예기치 못한 초긴장의 공포가 온 마을을 휩쓴다...

1945년 정월을 며칠 앞둔 어느날 밤, 마다산의 집에 정체 모를 자들이 총을 들이밀며 쳐들어와 정월이 되면 찾으러 오겠노라며 자루 두 개를 맡기고 사라진다. 일본군 포로가 들어있는 문제의 자루를 일본군에게 신고하거나 죽이면 마을 사람들을 모두 죽이겠다는 협박과 함께... 초비상에 걸린 마다산과 마을 사람들. 안 그래도 무서운 일본군의 감시 속에서 이 일을 어떻게 해야할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온 마을 사람들의 목숨이 걸린 일이라 일단 마다산이 책임지고 포로들을 맡기로 한다.

포로들 중 하나인 일본군 하나야는 '더러운 중국놈들, 차라리 날 죽여라, 천황폐하 만세!' 등 갖가지 욕설을 퍼붓지만 일본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포로인 중국인 통역관 동한천은 '살려주세요'라는 엉뚱한 통역을 해 마을 사람들 비위를 맞추곤 한다. 정월까지만 이들을 숨기기로 한 마다산은 상처를 치료해 주고, 귀한 밀가루로 먹을 것을 만들어 주기도 하는 등 인지상정의 도리를 다한다.

그러나 일본군이 근처를 지날 때마다 포로들은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소리소리 지르고 갖은 꾀를 다 쓰는 바람에 마다산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목숨을 건 소동을 겪게 되고 그렇게 며칠이 몇주로 늘고, 몇주가 몇달로 늘어간다. 포로들을 찾으러 온다던 이들은 소식도 없고 일본군 눈치 보기도, 음식을 날라 대기도 힘들어진 마을 사람들은 자기들도 살고 포로들도 살 길을 찾기로 한다. 일본군에게 신고하고 그들을 살려주는 조건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곡식 두 수레를 주기로 협상을 한 포로들과 마을 사람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일본군 진영으로 향한다.

마침 그 날은 1945년 8월 15일 천왕이 이미 패전을 발표한 날, 그저 목숨만 부지하면 그만인 그들은 평생 잊지 못할 끔찍한 '귀신'들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꿈에도 생각치 못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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