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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헬스] '소량의 알콜' 당뇨병도 줄여

중앙일보

입력

소량의 알콜은 혈액 중 몸에 해로운 콜레스테롤(LDL)은 떨어뜨리고 좋은 콜레스테롤(HDL)은 올리는 작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당이 들으면 반가운 소식이 하나 추가됐다. 미국 당뇨병학회지는 최근 소량의 알콜이 당뇨병 발생도 줄인다는 미국 하버드대학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4만5천여명의 남자를 12년 동안 관찰한 결과다. 알콜 섭취 그룹에서 비섭취 그룹에 비해 당뇨병 발생률이 36%나 적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당들이 이 연구 결과를 마냥 좋게만 해석해선 곤란하다.

첫째 알콜 섭취군과 비섭취군의 조건이 다르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당뇨 등 몸이 약한 사람들은 건강한 사람보다 술을 덜 마실 가능성이 크다.

건강한 사람일수록 마음놓고 술을 더 잘 마시는 경향이 있으므로 마치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 당뇨가 적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 소량이 과연 어느 정도인가 하는 문제다. 위 연구에선 하루 알콜 50그램을 기준으로 삼았다.

소주 한 병의 알콜 함유량이 80그램이므로 50그램은 소주 서너잔이다. 이 정도면 술을 어느 정도 한다는 사람들에겐 '소량'이라기보다 '극미량'에 가까운 미미한 수준이다. 술이 몸에 좋다는 소식을 과신하면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필자는 병원에서 환자를 보면서 소량의 술을 마시라기보다 아예 술을 끊으라고 당부한다. 연구 결과와 실제는 항상 다른 법이다.

적어도 곤드레 만드레가 흉이 되지 않는 한국의 주당들에겐 말이다.

전재석.을지병원 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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