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테러사태 증시엔 '전화위복'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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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이 미국 테러 사태 이전의 종합지수 540선을 눈앞에 두고 에너지 충전에 들어갔다. 테러 사태 직후 빠져나갔던 외국인 자금이 추석 연후를 지난 뒤 되돌아 오고, 고객예탁금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증시에 돈이 많이 풀리면서 29일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선 1백27개 종목이 상한가까지 오르는 개별종목 장세가 펼쳐졌다.

◇ 퍼지는 안도감=테러사태가 오히려 증시에는 전화위복이 됐다. 테러 후유증을 막기 위해 각국 정부가 강도 높은 재정.금융정책을 내놓으면서 금리가 떨어지고 유동성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대증권 박문광 투자전략팀장은 "테러 사태 전에는 실적악화에 따른 불안감이 시장을 지배했지만 지금은 재정.금융정책의 효과로 내년 초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상황은 비켜가고 있다는 안도감이 투자자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것이다.

◇ 에너지 비축=주식 매수여력을 가늠하는 고객예탁금이 19일에는 8조4천5백억원까지 늘어났다.

테러 사태 하루 전인 9월11일(7조5천억원)을 바닥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신규 자금이 증시에 본격 유입되는 단계는 아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매도 자금이 증시에서 이탈하지 않고 대기 매수세로 남아 있다.

외국인들은 추석 이후 22일까지 8천8백7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 테러 이후 9월 말까지의 순매도 금액(4천9백억원)보다 두 배 가까운 주식을 사들였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의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보복전쟁의 파장을 우려하는 외국인들이 이머징 마켓 중 이슬람 비중이 높은 국가에 자금투입을 꺼리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서울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몰려 혜택을 받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이정호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들의 순매수 강도는 약해질 수 있지만 당분간 순매도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테러사태 명암=삼성증권은 미 테러사태가 철강.반도체.항공운수에는 피해를 입혔지만, 자동차.통신장비.건설.증권업종에는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경기침체로 미 소비자들의 중저가 자동차를 선호하면서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실적은 오히려 좋아졌고, 통신장비업종도 TV시청률 상승과 휴대폰 수요 증가로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 관건은 기관투자가=외국인 순매수와 고객예탁금 증가로 증시는 단기적인 유동성 장세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저금리로 간접투자상품에도 자금이 유입돼 주식형수익증권 신탁액이 5조5천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증권 박팀장은 "테러 사태 이후 기관투자가들은 불안감 때문에 주식을 팔아 현금을 쥐고 있다"며 "기관이 외국인과 쌍끌이 매수에 나서야 저항선인 540선 돌파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에셋증권 이 팀장도 "최근 외국인 순매수에는 헤지펀드들이 많이 끼어 있어 연초처럼 대규모 순매수가 오래동안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기관들이 팔짱을 끼는 한 증시가 테러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철호.김현기 기자 news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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