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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프로] KBS '수요기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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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금주법 시기부터 미국의 밤을 지배했던 마피아.

그들 사이에 '황색 돌풍'이라고 불렸던 전설이 있다. 암흑가의 보이지 않는 손, 그레이스 켈리의 숨겨진 연인, 도박계의 신화…. 40~50년대 시카고의 밤을 주름잡았던 '제이슨 리'(한국명 이민석.사진 왼쪽 아래)가 전설의 주인공이다.

KBS '수요기획'은 베일에 가려진 이 인물을 일년간 추적해 15일 밤 12시 '미국 이민 100년-시카고의 전설, 제이슨 리'란 제목으로 방영한다. 이를 위해 시카고 역사박물관과 언론사 자료들을 뒤지고, 가족들과의 인터뷰도 어렵게 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제이슨 리는 그야말로 격동의 삶을 살다간 사람이었다. 그는 1900년대 초 아버지를 따라 하와이로 이주한 전형적인 이민 1세대. 사탕수수밭에서 중노동을 하던 어느 날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본토행 밀항선을 탄다.

시카고의 한 고아원에서 배고픔과 씨름하며 '정글의 법칙'을 체득한 그는 30년대 말~40년대 초 시카고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도박 사업가로 떠오른다. 마피아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정작 그 자신은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마피아는 아니었다고 한다.

제이슨 리를 말할 때 자주 언급되는 것이 모나코 왕비가 된 할리우드의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와의 관계다. 제작진은 그와 그레이스 켈리의 염문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제이슨 리는 그레이스 켈리가 무명이었을 당시 많은 물질적 도움을 줬다고 한다. 이런 인연으로 그녀는 제이슨 리가 결정적 위험에 빠졌을 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56년 그는 모나코에서 사기 도박을 벌이다 구속된 적이 있다. 중한 처벌이 예상됐지만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의 도움으로 무사히 모나코를 벗어났다고 한다.

'미국 이민…'에선 독립운동가로서의 그의 면모도 공개한다. 제이슨 리와 도산 안창호 집안과의 끈끈한 관계를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다. 미국 본토에 혼자 남은 제이슨 리의 유년기는 암흑 그 자체였다.

이런 그에게 따뜻한 민족애를 가르친 여인이 있었는데, 안창호 선생의 아내 이혜련 여사였다. 제이슨은 후에 도박장 운영을 도산의 딸 '수라 안'에게 맡겼을 정도로 도산 집안을 정신적 지주로 여겼다. 그는 언젠가 도산에게 "저는 어두운 곳에서 독립운동을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제작을 맡은 이인수 PD는 "존재 자체가 신비에 가려 있어 제이슨 리의 족적을 찾는 작업은 무척이나 힘들었다"며 "그의 실체를 제대로 밝힌 최초의 결과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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