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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부전승|「화신산업」차지된 금싸라기 땅 2천2백52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어린이놀이터, 「스케이트」장으로 널리 알려진 서울 종로 네거리 신신 백화점 뒤에 있는 한 평에 15만원이나 하는 금싸라기 땅 2천2백52평이 『국가의 소유냐』 『화신산업의 땅이냐』하는 법정투쟁은 지난 5일 정부의 소취하로 박흥식씨의 부전승으로 싱겁게 끝났지만, 짐작할 수 없었던 정부의 처사에는 많은 의문과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 땅은 『화신산업에서 정부(당시 일본인)와의 교환계약으로 땅을 얻은 것은 「국유재산법」(7조)에 어긋나기 때문에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61년12월7일)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3년 동안이나 끌어온 법정투쟁에서 확정판결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물러섰다는데 개운치 않은 이유가 숨어있는 것이다.
정부에서 화신산업을 상대로 문제의 땅이 법을 어긴 교환계약이기 때문에 돌려달라고 서울민사지법에 소송을 낸 것은 64년 5월 4일이었다.
화신산업에서 문제의 땅에 살고있던 이종현(서울 종로구 공평동 111의3)씨 등 12명을 걸어 「건물명도」청구소송을 제기한 사건에 대해 61년 12월 7일과 63년 10월 15일에 대법원이 일본정부와의 대지교환계약은 무효라고 판시한데 힘입어 정부는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56년 화신산업에서 냈던 「건물명도」청구사건도 8년 동안 다섯 차례의 판결을 받는 파란곡절을 치렀다.
대법원의 판결로 확신을 갖게된 정부는 화신산업과 조흥은행·제일은행을 걸어 「부동산 소유권이전 등기말소 및 근저당권 설정등기말소」청구소송을 냈다.
문제의 땅은 신신 백화점 뒤에 있는 종로구 공평동 100의 대지 7백 54평과 공평동 115의 대지 1천4백98평.
정부는 교환계약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조흥·제일은행에서 문제의 땅을 담보로 잡은 것도 법에 어긋난다고 주장, 근저당으로 등기한 것을 없애라고 청구했다.
1년 2개월 동안 심리를 해온 서울민사지법 5부(재판장 조성기 부장판사)는 작년 7월 13일 『교환계약은 법률상 무효이지만 20년 이상을 점유 관리해왔기 때문에 부동산 취득시효가 성립된다』고 판시, 피고인 박흥식씨에게 승소판결을 내렸다.
정부는 이에 대해 국유 재산법은 민법에 우선하는 특별법이며 48년 11월부터 57년 3월까지 이 땅위에 종로경찰서가 있었기 때문에 화신산업의 점유는 중단된 것이라고 맞서 한달 뒤인 8월 10일 서울고법에 항소를 내기에 이르렀다.
이 대지교환사건이 말썽의 꼬리를 잇게된 근본원인은 화신산업에서 이 땅을 공익사업과는 거리가 먼 상가와 극장을 짓기 위해 바꾼 데 있었다.
국유 재산법 7조의 규정은 『국유인 잡종재산을 개인의 재산과 바꿀 때는 공익사업의 목적에 한정한다』는 내용으로 해석된다는 것에는 이론이 없지만 부동산 취득시효가 성립된다는 서울민사지법의 새 판시로 엎치락뒤치락하는 법정투쟁의 길로 들어섰던 것이다.
항소심인 서울고법에서 심리를 받은 지 8개월, 판결을 눈앞에 두고 정부가 돌연 소 취하를 하게된 법무부 측은 『1심 판결대로 취득시효가 인정되며 26년 전의 일로 사실상 소유권이 확정된 것을 뒤엎는다는 것은 사회질서를 해롭게 하는 것』이라고 해명하고있지만 개운치 않은 느낌은 법가를 맴돌고 있다.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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