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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콩호 고갈작전|월남전 열쇠 쥔 평정계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 2월초「호놀룰루」미·월 공동선언을 계기로 미국은 월남전의 군사적 승부의 한계성을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하면서「베트콩」의 발붙일 곳을 없애고「베트콩」지지자를 줄이자는 보다 근본적인 월남평정 계획에 착수했다. 1천5백만의 월남인구 중 8할을 차지하는 농민들에 대하여「사이공」정부가「베트콩」과 싸우라고 총을 주었을망정 그들에게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일이라곤 별로 해주지 못한 반면「베트콩」은 그들에게 교묘하게 사회개혁을 약속하면서 불만과 불평의 씨를 심어왔다.
「디엠」정권붕괴 후 미국은「민간활동대」「평정대」등 다른 명목으로 농민의 지지를 얻으려했다. 63년엔 미국은 2백만 불 상당의 돼지를 5천 가구에 분배하여 농가수입 원천으로 삼게 했으나 이 돼지는 곧 동네잔치의 재물이 되고 말았다. 그들은 돼지가 없으면 영국이 또 준다는 생각이며 줄곧 화약냄새 속에 살아온 그들은 어떤 희망이나 자립정신이 생길 수가 없는 것 같다.
「호놀룰루」회담 때 나온 이 계획은「베트콩」이 제시하는 것에 못지 않는 정치적 대안으로「존슨」대통령이 꺼낸 마지막 묘안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묘안이란 바로 공산주의의 전법을 그대로 배운 듯하며 전CIA「사이공」지부장이었으며「로지」대사의 수석고문인 「에드워드·G·렌즈데일」퇴역공군소장의「아이디어」였다는데 지금까지의 다른 계획과는 차이점이 있다. 첫 단계로「베트콩」에 대한 정확한 정보파악, 그들의 병력보충과 재원고갈, 다음으로「베트콩」지역침식, 마지막으로 농민이 신임하는 강력한 정부를 수립할 수 있는 정치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이 계획의 대요이다.
농촌인구의 14%를 대상으로 한 금년도 이 계획의 내용은 이미 다소 평정된 지방인「다낭」「퀴논」「사이공」부근 및「메콩·텔타」의「안·기앙」등지의 1천9백 부락에 집중적으로 실시된다. 80명으로 구성된(농촌건설위원)들은 오는 3월부터 본격적으로 임무수행을 하는데 이들 중 불평조사반(11명으로 구성)이 10일마다 부락민들과 접촉을 가져 지방관리의 부정, 비위사실을 파악 및 부락민의 신원조사를 하며「베트콩」의 비밀정치조직을 신고하도록 설득한다. 이들 중 민사위원들은 4내지 10가구단위로 짝을 지어 그중 한 가정이 정부의 첩자노릇을 하도록 조직한다. 신생활개발반이 가옥·운하 등을 수리하며 그들의 필요한 자금을 융자해준다. 이 방법이 이미「사이공」남부의「키엔·호아」에서 성공을 했으며「존슨」대통령은 이 평정계획에 금년도 분으로 5억 불을 약속했다.
이 평정계획이 과거 전략촌 계획의 실패, 그리고 지극히 민족주의적 배타성을 지닌 농민들이 과연 미 정보요원과 현지전투요원으로 구성된 이들에게 쉽게 순응할 것인가라는 점에 비추어보면 그 전망은 결코 밝지는 못하다. 만일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월남전은 급격히 호전된 것이며 언젠가 있을지도 모를 협상에서나「베트공」을 포함한 연정수립에도 매우 유리할 것이며 최소한 비협조적인 농민들을 끌어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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