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마와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입춘이 지나 분명히 봄이 되었는데도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가 띵하고 눈앞이 핑핑 도는 게 감기가 확실한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러 그이에게 눈치채지 않게 괴로움을 참으며 시중을 들어주었다. 외투다 구두다 한참 거들고 있는데, 『어디 아파요?』
그이가 묻는다. 워낙 감각이 예민한 그이고 보면 처음부터 부담이 되지 않도록 노력한 내가 어리석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기어이 알아버렸구나 하는 마음에 가슴이 철렁하면서도 『응, 뭐 대단친 않아요』라고 그냥 대수롭지 않게 대꾸해 버렸다.
그이가 대문을 나서자나는 참았던 괴로움이 한꺼번에 엄습해와 그만 방안으로 들어와 쓰러져 눕고 말았다.
그리고 잠시 몸을 뒤채다 깜박 잠이 든 모양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찬 기운이 이마를 누르는 감촉에 퍼뜩 깨어보니 그이가 곁에 앉아 있는게 아닌가?

<그러잖아도 출근시간에 늦을텐데 어쩌자고 되돌아왔을까?>
『열이 대단한데? 자- 이걸 먹어봐요』
그이는 방그레 웃으며 몇 알의 약을 내 손에 건네주었다.
나는 알약을 받으면서도, 그리고 그이가 다시 출근하고 없는 방에서, 나를 그토록 염려해주시는 그이가 얼마나 미더운지 몰랐다.
『여보, 고마워요』 <전남 광주시 방림동28방-24번지 김선임·가정주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