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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미추-MBC '마당놀이' 상표권 갈등 확산

중앙일보

입력

'마당놀이'에 대한 독점 상표권 논란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마당놀이 '변강쇠전'(11월 9일~12월 9일 정통이벤트홀) 을 공연할 극단 미추(대표 손진책) 와 기획.홍보대행사인 스타식스 코리아(대표 이승헌) 가 마당놀이에 대한 MBC의 독점 상표권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증명을 지난주 말 MBC(대표 김중배) 로 보냈기 때문이다.

극단 미추와 스타식스 코리아는 "이번 '변강쇠전'을 마당놀이라 함은 연극○○○, 뮤지컬○○○ 하듯이 공연물의 장르를 표현한 것으로, 여러 연극과 뮤지컬이 제작.공연될 수 있듯이 여러 제목의 마당놀이가 가능하다"며 선의의 경쟁을 통한 질 향상과 관객의 저변확대를 제안했다.

이에 앞서 MBC는 지난달 말 "마당놀이는 당사가 20여년 전부터 현재까지 매년 공연을 주최.방송하여 왔고, 이를 상표로 등록함으로써 법으로 보호받고 있다"며 극단 미추에 '상 표'사용 중지를 요청했다.

MBC도 마당놀이 '암행어사 졸도야!'를 다음달 장충체육관(11월 17일~12월 9일) 에서 선보인다. 아직까지 양측은 '탐색전'이지만,공연이 임박지면 둘 사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20년 동안 동거한 극단 미추와 MBC가 올해부터 갈라서면서 비롯됐다. 양측의 '파경'이유는 서로 다르다.MBC는 "'마당놀이'가 거의 같은 형태와 출연진으로 장기간 지속돼다보니 참신성이 떨어져 관객들이 점차 외면하고 있어 '물갈이'할 때가 됐다"(최성금 PD) 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미추 것'으로는 장사가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미추의 생각은 이와 딴판이다.손대표는 "예술성보다는 '돈벌이'를 우선한 MBC가 연출.작가 등 극단의 간섭을 더이상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우리도 내용과 형태.출연자를 보다 새롭게 꾸미고 싶었으나, MBC는 담당자를 수시로 바꾸는 등 이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전혀 제시해주지 못했다"며 "이제와 모든 책임을 극단에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MBC 마당놀이'는 MBC가 돈을 대고, 극단 미추의 식구들은 개런티를 받고 출연하는 식이었다.

사실 20년 역사에서 이런 갈등은 처음이 아니었다. 극단 미추 대신 고(故) 김상열씨가 이끄는 극단 신시가 세차례 '대타'로 뛰었던 것. 이때마다 MBC는 앞에서 말한 논리를 내세워 파트너를 바꿨다.그래도 결과가 신통치않자 구관이 명관이라고 다음번엔 결국 미추를 선택해 지금까지 '불안한 동거'가 유지돼 왔다.

마당놀이는 1981년 김지일 극본.손진책 연출의 '허생전'으로 이 땅에 처음 나왔다.마당놀이의 스타로 각인된 '양김일윤(김종엽.김성녀.윤문식) 중 김성녀는 2회 '별주부전'부터 출연했다.

초창기에는 대중영합의 저급한 오락물이라는 비판(특히 마당극 계열에서 거셌다) 도 있었으나, 이제는 고전(古典) 을 빌어 특유의 풍자와 해학으로 세상을 비꼬는 한국의 특수한 연희양식(장르) 으로 당당히 평가(연극평론가 이상일 등)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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