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외자유치 차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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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통신업체들이 추진중인 외자유치 협상이 최근 국제경제 침체지속, 미국의 대 테러전쟁 개시 등의 악재가 겹쳐 차질을 빚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일본 NTT도코모, 한국통신- 미 마이크로소프트(MS), LG텔레콤-캐나다 TIW 등 국내 통신업체와 외국업체간 외자유치 협상 전망이극히 불투명한 실정이며, 데이콤, 하나로통신도 신규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외국투자자를 물색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국내 간판 통신업체들의 외자유치가 차질을 빚을 경우 3세대 이동전화 등 신규서비스의 지연은 물론 통신시스템과 단말기 개발 저조, 정보산업(IT) 전반에 걸친불황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2일 `SK텔레콤과 NTT도코모와의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이 99.9%에 이른다'고 보도하자, 양사가 즉각 "사실 무근"이라며 이를 부인했지만 1년 2개월이 넘도록 진전이 없는 점에 비춰볼 때 협상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고있다.

SK측은 NTT도코모에 SK 및 SK글로벌 소유 SK텔레콤 지분 14.5%(1천292만주)를매각하고 전략적 제휴를 체결할 계획이지만 주가는 협상초기에 비해 절반 이하로떨어지는 등 주변환경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통의 경우 올 연말까지 정부소유 지분 5%와 신주 10% 등 15%를 해외사업자에게 전략적 제휴를 통해 매각한다는 방침하에 우선적으로 미 MS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오는 16일 빌 게이츠 MS회장이 방한함에도 불구하고 양사의 실무협상에서 주식가격과 전략적 제휴 내용 등에 관해 상당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

LG텔레콤은 캐나다 TIW사와의 외자유치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다른 해외투자자를 물색하고 있으나 나서는 업체가 없어 속을 태우고 있다.

여기에다 동기식 IMT-2000사업을 위해 5천396억원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었나 국내 증시침체로 주가가 액면가 이하로 하락하자 무기한 연기했다.

주가가 상승하면 유상증자를 실시할 계획이지만 이른 시일내에 주가가 오르지않을 경우 동기식 IMT-2000서비스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데이콤도 부채상환 및 신규투자 자금마련을 위해, 하나로통신은 초고속인터넷 투자재원과 파워콤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외자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면서 각국의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보류하려는 성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당분간 외자유치가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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