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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믿거나 말거나 '전쟁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스닥 등록업체인 유니더스는 테러 보복전쟁의 수혜주로 꼽히면서 15일 3.12% 올랐다.

콘돔 전문 생산업체인 이 회사는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군들이 총구에 모래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콘돔을 총구 덮개로 사용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대량거래와 함께 주가가 올랐다.

그러나 미군은 최근 새로운 사막용 총구 덮개를 개발해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의약품 생산업체이자 김서림 방지제를 생산하는 코스닥의 벤트리는 이날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2천3백60원을 기록했다.

방독면용 실리콘 고무를 생산하는 해룡 실리콘도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보복전쟁이 시작된 뒤 2천5백50원이던 주가가 4천5백60원으로 급등했다. 벤트리에 70만주, 해룡 실리콘에 49만주의 상한가 사자 주문이 쌓였다.

벤트리와 해룡 실리콘의 주가급등에는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공격과 탄저병 발병으로 방독면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다.

그러나 벤트리는 최근 바이오기업으로 전환하면서 김서림 방지제는 전체 매출(85억원)의 25%에 불과하고, 해룡 실리콘도 전체매출에서 방독면용 실리콘 고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정작 국내에서 방독면을 유일하게 생산하며 지난주 90만개를 미국에 수출하기로 계약한 삼공물산은 거래소나 코스닥에 상장.등록조차 돼 있지 않다.

증시에 이와 같은 '무늬만 수혜주'가 판치고 있다. 미국 테러와 보복 전쟁, 탄저병 발생 등 대형사건이 꼬리를 물면서 증시의 침체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단 수혜주라는 소문만 나돌면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정확한 기업분석 없이 소문만 나돌면 투기적인 사자세력이 달려드는 모습이다. 일단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단기차익을 노린 데이 트레이더들까지 가세하는 '묻지마 투자'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미국 탄저병 발생에 따라 제약업종이 15일 5.79% 급등한 것이 이런 경우다.

이날 제약회사인 녹십자와 LGCI가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것을 비롯해 코스닥에서는 마크로젠.이지바이오.대성미생물 등이 무더기로 상한가 행진을 펼쳤다.

이에 대해 동양증권 김치훈 애널리스트는 "미국은 식품의약국(FDA)의 기준을 통과한 약품들만 사용한다"며 "국내 제약이나 바이오 업체들은 탄저병과 관계가 없고 미국에 항생제를 수출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전쟁 관련 보도가 늘면서 올해 어린이용 크리스마스 선물로 장난감 무기수출이 늘 것이란 소문에 따라 완구 생산업체인 영실업의 주가가 들썩거리기도 했다.

삼애인더스는 이용호 대표의 구속에도 불구하고 '보물이 들어있을지도 모를 죽도의 동굴 입구에 방수용 시멘트가 발라져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5일째 상한가를 이어갔다.

이처럼 소문과 무늬만 그럴싸한 수혜주가 쏟아지면서 증시에는 회사 이름을 본뜬 뜬금없는 수혜주 '유머'까지 나돌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금값이 폭등하면 골드뱅크(전자상거래 업체), 오사마 빈 라덴을 생포한 미국이 축하파티를 열 때는 경축(동물사료 제조업체), 미 지상군보다 아프가니스탄 산악 오지에서 힘을 발휘할 '무림고수'를 투입할 경우 무림제지(제지업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 지상군이 장기간 철수하지 않을 경우 안철수연구소(컴퓨터 백신제조업체) 등등….'

굿모닝증권 관계자는 "루머가 판치고 무늬만 수혜주들이 봇물을 이루면서 증시 분위기가 나빠지고 투자자 사이에 냉소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철호 기자 news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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