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식손실 세금으로 물어줘?

중앙일보

입력

증시 부양을 염두에 둔 정부의 무리수가 잦아지고 있다.

증권안정기금 조성방안에서부터 근자엔 주식투자를 하면 손실을 세금에서 보전해 주겠다는 신상품 발상에 이르기까지 시장의 안정을 해칠 정책들이 여과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경제불안에다 맥 못추는 증시를 쳐다보는 정부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거듭된 무리수로 증시정책 자체가 신뢰를 잃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논란을 빚었던 장기주식투자 신상품에 대해선 여야가 어제 투자액에 대해 가입 첫해엔 5%, 2년째는 7%의 세액공제를 해주기로 결론내렸다. 세액공제와 투자손실 세금 보전을 동시에 추진하다가 손실보전은 여론에 부닥쳐 접은 것이다.

그렇다 해도 이 상품은 1천만 근로자의 46%가 면세점 이하로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저소득층 입장에선 여전히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또한 주식투자는 서민들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계층이 한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문제를 안고 있다.

여기에 벤처투자손실보전제와 증권안정기금 조성방안도 확정되진 않았으나 만약 시행될 경우 부작용이 많다는 점은 구태여 지적할 필요도 없다.

그렇지 않아도 미 테러사건 이후 1주식1통장갖기 운동의 연장선에서 대형 증권사들이 개발한 주식갖기운동펀드는 판매실적이 부진해 이미 실패한 펀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식투자는 원칙적으로 자기 책임 하에 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렇게 인위적으로 떠받치기 정책에 골몰한다면 증시는 오히려 왜곡되고 자생능력을 훼손당하기 쉽다.

내년 선거를 의식해 무리수를 둔다는 의혹만 커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부로서는 이제라도 주가조작 등 불공정 증시환경을 정비해 건전한 증시 운영에 힘을 쓰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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