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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금은행 설치의 환경과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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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외환율, 금리 및 물가에 대한 소위 현실화 정책은 어느덧 국내외에 걸친 개방경제 체제의 문을 활짝 열어 놓기 시작하였으며 앞으로 국내경제가 그로 인한 내외의 충격에 이겨낼지 재고할 점이 허다히 산적돼 가고 있다.
우선 국내문제로서는 가격체계의 자유화가 현실화 명목에서 진행되는 동안에. 가격수준의 평준화의 기준이 모호한 가운데서 수입문호가 개방되고 관공영료 율이 일제히 오르고 기업은 금리를 비롯한 현실화 부담에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밖으로는 각종 국제경제 기구에의 가입이 추진됨과 때를 같이하여 대일 수교도 본격화하여 경제적 국경의 개방을 강요당하는 면이 특출하게 되었다. 「일반관세무역협정」·「국제노동기구」에의 가입이나 또는 때때로 고위층에서 흘러나오는 「아시아」공동시장 제안 같은 여러 문제는 높은 차원에서 신중히 이해를 캐야할 문제로서 잠깐 차치하더라도, 당장 급한 문제로서 외국은행과 외국무역상의 국내진출 및 외국인의 특허권 취득문제 등에 대한 보호조치가 강력히 요청되는 것이다.
단적으로 일본·미국의 외환은행의 국내진출에 대비하여 외화자금의 유동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하여서는 외환관리법이나 무역통제의 강화를 기하는 한편 외국환 전담은행을 설치하여 체계적인 경쟁의 교두보를 확보하자는 목적에서 환금은행의 개설이 요청되어 온 것이다.
환금은행 설치에는 이외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 과거 조선환금은행이 중앙은행에 흡수될 적의 논쟁을 기억하는 인사도 많을 터이지만, 중앙은행이 외환업무를 하는 당부도 문제려니와, 오늘의 시점에서는 다시 일반 시중은행의 외환 업무와의 경합연계를 조정하는 문제도 있어서 중앙은행과 시중은행은 끈덕지게 환금은행의 독립을 반대하여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정된 외화자금의 효율적 관리나 경쟁체계의 일원화가 요청되고있는 금일의 내외조건 밑에서는 단연 외환은행의 독자적 운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환은의 자본금을 1백억원으로 늘리고, 민간출자의 길도 열어주고 이사 수를 약간명 줄이는 문제를 두고 재검토할 것이라고 들린다. 동시에 외국은행의 국내설치 인가문제도 신중히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기왕 환금은행의 설치가 요청되는 이상 그 자본금을 강화하여 은행운영의 독자성을 높여서 외국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튼튼히 하여야 할 것이며 출자형태에 있어서 민간출자를 허용하는 득실도 한국적 여건을 분석하여 신중히 결정하여야 될 것이다.
이미 외국은행의 국내설치 신청이 있는 이상 그 진출을 막을 도리도 없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의 퇴영적 금융체질을 개선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는 만큼 하루빨리 외은의 업무한계를 규정짓는 관계법규의 완비를 서둘러야 된다고 본다.
누언하거니와 한·일 수교를 계기로 한 국제경제에의 진출의 기운은 국력의 대외팽창이라는 면에서는 환영할 바이지만, 한편 방만한 개방체제를 막고 자유와 보호의 한계를 분명히 하여 국가이익을 홀시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환은을 먼저 설치하고 그 영향력을 보아가면서 서서히 외국은행의 국내설치를 검토할 것을 권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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