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차장의 횡포도 「유죄」랍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아침저녁「러쉬아워」에 「버스」나 합승을 타본 사람이면 차장들의 거친 말씨와 짐짝 다루듯 함부로 사람을 대하는 불친절 때문에 불쾌지수가 높아가기 마련.
그 가운데서도 차 속이 복잡한 틈을 타서 거스름돈을 내주지 않는 악질 차장들이 있어 선량한 승객들을 골탕먹이고 있는데….
이런 경우 「차장과 차주에게 모두 형사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색다른 판결이 서울형사지법에서 내려짐으로써 몰지각한 차장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신중웅씨는 작년5월5일 아침10시쯤 서울 미아동 길음 지서 앞 정류장에서 「버스」(서울 영1670호)를 탈 때 50원 짜리 한 장을 주고 거스름돈을 받지못한채 종로4가에서 내리면서 거스름돈을 달라했으나 여차장은 『이 사람, 돌았나봐. 무슨 거스름돈이에요. 난 몰라요』퉁명스럽게 내뱉고는 「올라잇」-. 신씨는 여차장 김숙희양(가명)을 본보기로 처벌해달라고 경찰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경찰은 이「버스」운전사 조봉천(52)씨를 자동차운수사업법위반으로 즉결심판에 회부, 벌금1천원을 물게 했으나 운전사 조씨는 『내가 저지른 잘못도 아닌데 처벌받을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워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이 재판을 맡은 최광율 판사는 26일 『부당 요금을 징수한 행위에 대한 책임은 운전업무에만 종사하는 운전사에게는 없다』고 판시, 운전사의 무죄를 선고했으나 『그 책임은 제1차로 차장이, 2차로는 하차주(운수사업자)가져야 한다』고 못박아 차장들의 횡포에 차주까지 형사책임을 지우게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