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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집값은 떨어지고 전셋값만 폭등

조인스랜드

입력

[박일한기자] 제18대 대통령 선거후 부동산 시장은 온통 박근혜 당선인의 새로운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거래활성화 대책은 취득세 감면 등 약속된 것 외에 어떤 게 있을지, 보금자리주택 계획은 정말로 폐기할지 등이 주요 궁금증입니다.

업계는 아직 인수위가 구성되지 않았는데도 박근혜 정부에서 펼칠 부동산 정책을 예상하느라 분주합니다.

시장은 이미 현 정부를 정리하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할 부동산 정책을 예상하려면 이명박 정부의 공과를 파악하는 게 우선일 겁니다. 잘한 건 계승하고 잘못한 건 폐기하거나 수정해야겠죠. 새로운 정책은 엄격한 평가 속에서 가능할 겁니다.

20여차례 걸친 세금 규제완화로 거래활성화 도모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면서부터 줄곧 각종 부동산 규제를 푸는 데 집중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입니다. 거래활성화를 위한 방법으로 다주택자를 포함해 부동산을 소유하고 거래할 때 드는 세금을 대폭 깎아줬습니다.

2008년 출범과 동시에 종합부동산세 인하 정책으로 세율을 낮췄고, 과세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였습니다. 그 결과 종부세 징수액은 최근 2년간 50% 이상 감소했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및 적용도 유예시켰고, 1가구1주택자 양도세 과세기준도 6억원 초과에서 9억원 초과로 높였습니다.

가장 최근 내놓은 게 지난 9월10일 발표한 ‘미분양 주택 구입후 5년간 양도세 면제’와 ‘취득세 50% 감면’ 대책이죠.

이명박 정부는 이런 식으로 지난 5년간 20여 차례나 각종 세제 완화 정책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진 못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주택거래는 지속적으로 감소했습니다. 전국 주택거래량은 2008년 7만2583건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2년 5만5488건으로 줄었습니다. 서울·수도권만 3만7489건에서 2만503건으로 급감했죠.

너무 자주 조금씩 풀어준 규제완화 정책이 문제였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세금 대책도 자주 내놓으니 시장은 면역력이 생겼습니다. 세금 대책이 전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곧 또 다른 대책이 나올 것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수도권 아파트값 2.9% 떨어진 사이 전셋값 32.1% 급등

이명박 정부 내내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은 하락했습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2008년 1월부터 올해 11월까지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은 2.9% 떨어졌습니다. 2008년 3.2% 올랐던 서울 아파트값은 2010년(-2.2%)부터 하락세로 돌아서더니 2011년(-0.4%), 2012년(1~11월 -4.1%) 연속 하락세입니다.

전국 아파트값은 지방 시장이 일부 올라 낙폭이 크진 않습니다. 하지만 2004년(-0.6%) 이후 올해 처음으로 0.1% 떨어졌죠.

집값이 떨어지니 전셋값은 폭등합니다. 2008년1월부터 올 11월까지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38.4% 올랐습니다.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은 32.1% 뛰었고요. 집을 사려는 수요도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을 걱정하면서 전세에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아파트값이 5년 내내 하락하고 전세만 급등한 건 국내외 경기 침체 영향이 클 겁니다.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도 주택구매력이 살아나는데 부담이 됐겠죠.

보금자리주택 집값 하락 이끌어

주택업계는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정책이 서울·수도권 집값 하락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이었던 보금자리주택은 시세보다 80%이상 싼 아파트를 매년 15만가구씩 2018년까지 150만가구를 공급한다는 겁니다.

보금자리주택은 청약 마다 엄청난 인파가 몰리면서 ‘로또’로 통하며 빅히트를 칩니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민간업체엔 엄청난 악재죠.

주택 수요자들이 이제는 모두 보금자리주택만 기다리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수도권에 미분양 아파트가 넘치는 데 쳐다보지 않습니다. 오직 얼마나 더 싼 보금자리주택이 어느 지역에 공급될 지에만 관심을 가지고 기다립니다.

보금자리주택 공급 계획이 나오면 해당지역 주변 주택 시세는 하락합니다. 사람들이 주택을 사지 않으니 하향평준화 현상이 나타나는 거죠.

임대주택 공급은 소홀

주목할 점은 이명박 정부 들어 서민 주거복지 수단인 임대주택 공급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2009~2011년 사업 승인을 받은 보금자리 임대주택 23만2260가구 가운데 실제 착공 물량은 7.3%인 1만6942가구에 머물렀다고 합니다.

사실 보금자리주택 분양을 주거복지라고 부르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전셋값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서민들이 많은데 최고 4억원이 넘는 보금자리주택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사람에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까지 풀어가며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는 겁니다.

어쨌든 부동산시장에서 이명박 정부는 집값 안정화는 이룬 정부로 기억될 겁니다. 다만 전셋값이 치솟았고 임대주택 공급은 게을리 했기 때문에 서민주거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은 정부로 평가 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집 문제 때문에 서민들이 고통 받는 ‘하우스푸어’, ‘렌트푸어’가 생긴 정부도 이 정부였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세금 완화 정책 기조는 유지할 전망이고, 보금자리주택 정책은 임대로 대폭 전환하는 등 손을 볼 계획인 것 같습니다.

복지 차원에서 하우스푸어, 렌트푸어 대책도 적극적으로 내놓을 전망이라고 하구요.

이명박 정부를 잘 극복하는 과제, 부동산 시장에서도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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