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반올림' 구제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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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수능점수 반올림 반영'으로 불합격한 수험생들을 교육인적자원부가 구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13일 해당 대학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반올림한 점수로 1단계 전형 합격자를 발표한 대학은 서울대.경북대.서울시립대(나군) 등 전국 25개다.

아직 구제대상 수험생 숫자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그 숫자만큼 입학정원이 늘게 돼 올해의 학사일정은 물론 내년도 신입생 모집규모에도 차질이 생기게 된다.

특히 교육부가 소수점 이하까지 기재된 원점수를 보내 1차 합격자 사정을 다시 하라고 할 경우 별도의 이중작업을 하게 돼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아직은 대학마다 재사정에 대한 입장이 제각각이어서 불공정 논란과 함께 자칫 합격자 등록이 마감되는 2월 말 이후에도 시비와 진통이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난처한 대학당국들=서울대 김완진(金完鎭)입학관리본부장은 13일 "이제 와서 소수점 이하를 반올림하지 않은 원점수를 가지고 다시 전형을 하면 엄청난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金본부장은 "현재로선 소송을 내 구제를 받은 미대 응시생 李모양의 경우처럼 판결이 나오면 그때마다 구제하겠다는 게 서울대의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 학생들이 2차 전형에서 합격권에 든다면 일단 잠정 합격으로 처리했다가 판결이 확정되면 정원외 입학시키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2단계 전형까지 마친 경북대 입시관계자는 "교육부에서 소수점 이하 성적 자료를 보내준다고 해도 전형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므로 한달 정도의 시간이 걸려 학사 일정상 불가능하다"고 반발했다.

이 관계자는 "이 문제와 관련해 현재 대학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교육부가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전형 단계에서 수능과 내신을 합산한 중앙대.경희대.명지대 등도 정도는 덜하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경희대 이기태(李基太)입학관리처장은 "이미 발표된 합격자를 떨어뜨릴 수는 없고 교육부에서 원자료를 보내오면 피해자를 확인해 추가 합격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수험생 문의.소송 봇물=서울대 공대에 응시했다가 1차 전형에서 떨어졌던 대구 경신고 朴모군은 13일 "같은 반 친구보다 수능성적이 0.7점 높았지만 반올림 때문에 떨어졌다"며 행정법원에 불합격처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서울대 의대에 지원했다 불합격한 재수생 權모군도 이날 같은 내용의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접수했다.

각 대학에는 "반올림 때문에 탈락했는지를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불합격 효력정지 결정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뭐냐" "처음부터 다시 입학 사정을 해달라"는 등의 전화가 잇따랐고 인터넷 홈페이지도 불이 났다.

◇곤혹스런 교육부=교육부는 파문 확산을 우려하며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동안 교육부는 올 입시 일정이 끝나고 나서야 개선책을 마련, 내년 이후부터 적용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담당 부서인 대학지원국은 직원들끼리 구수회의를 하며 대책을 논의하느라 부산했다. 그러나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아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대학지원국 관계자는 "탈락 수험생을 구제하기 위해 대학 측에 재사정을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물리적으로 시간이 많이 필요해 오는 3월 입학 전까지 마무리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하.문병주.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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