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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인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한국적인 것을 애써 찾아보면, 결국 전근대적인 유교의 누습 하고, 무당 푸닥거리가 대표하는 「샤머니즘」을 들 수밖에 없다는 비관론이 있다. 무당이 「아프리칸」 탐험 영화에 나올법한 요란스런 굿을 벌여서, 간단한 외과수술이나 주사한대로 거뜬히 회생할 환자를 고스란히 천당으로 보내는 수가 많다. 멀쩡한 부녀자가 별안간에 귀신에 홀려서 무당으로 둔갑해선, 몽매한 백성을 상대로 사기를 일삼는 수도 많다. 나라에 무당을 금하는 법이 따로 없긴 하지만, 사직은 무당의 어수룩한 수작으로 해서 민간이 입는 해를 막을 책임이 있다. 그런데, 경찰 스스로가 액땜을 한다고 무당을 서내에 불러 들여서, 한바탕 굿을 벌였다는 얘기를 듣고는, 맥이 풀린다. 수사계장이 주재한 일이고 서장은 모르는 일이라고 했지만, 그것이 국립경찰사에 일찌기 없던 일이고 보면, 딱한 일이다. 그러나 무당의 칼춤이 벌어지고 돼지 머리가 뒹굴고 하는 소동이, 딴 곳도 아닌 수도 서울의 경찰서, 구내에서 벌어져서 화제가 되었을 뿐이지, 무당 푸닥거리의 폐습은 나라의 방방곡곡에서 널리 행해지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샤머니즘」의 뿌리는, 근대화에의 의욕을 압도하고도 남을 정도로 민심속에 깊이 박혀있는 것이다.
관상, 수상, 점장이가 경향에서 판을 치고, 해가 바뀔 때마다 토정비결이니 사주풀이니 하는 것이 한몫씩 보곤 하는 것이 또 하나의 한국적인 것. 개화한 선진국이라고 해서 이와 유사한 풍습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태고적부터 오늘날까지 연면히 내려오는 이 풍습은 몽매한 촌로에서 사회적 지위며 교육 배경이 뛰어난 개화신사·숙녀들까지, 가위 온 겨레의 아낌없는 애호를 받고 있다는 것이 외국과 다른 점이다. 지체며 학력이 요란하면 요란할수록 무속과 상법과 점복술에 더욱 큰 충성을 보인다는 것이 마음 아픈 일이다.
무당 푸닥거리를 위시한 요사스런 갖가지 폐습은 물론, 모든 종교까지도 그 모두가 인간의 공포심에서 비롯한다는 학설이 있다. 굿을 한 서원들을 나무라지 말고, 그들의 마음속의 공포심을 보다 합리적인 방법으로 도려내는 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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