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간판스타 경영퇴진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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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간판스타들이 잇따라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들의 퇴진을 후배들의 성장을 돕기 위한 '아름다운 퇴장'으로 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경영악화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해석을 내놓고있기도 하다.

국내의 대표적인 벤처기업인 메디슨의 이민화 회장은 11일 임시이사회에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 비상근 이사회 의장으로 남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85년 한국과학기술원에서 국내 최초로 초음파진단기를 개발, 같은 해 메디슨을 창업하고 95년에는 벤처기업협회를 설립해 국내 벤처산업의 터전을닦았던 벤처 1세대의 대표스타. 이 회장은 "창업인의 함정을 피하기 위해 용퇴를 결정했다"고 말하지만 일부에서는 지나친 벤처투자로 인해 메디슨의 경영이 악화된데 따른 당연한 퇴진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한글과컴퓨터의 전하진 사장이 한컴의 경영악화에 대한책임을 지고 사퇴, 자회사인 네띠앙의 경영에만 전념키로 했다.

한컴은 올 상반기 28억5천만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네띠앙, 하늘사랑 등 자회사들의 손실을 떠안아 10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KTB네트워크의 권성문 사장은 지난 8월 사장직을 내놓고 미국법인의 경영을 맡기 위해 출국했으며 한국기술투자의 서갑수 회장은 해외펀드 문제로 인한 검찰조사로 자리를 물러나기도 했다.

반면 벤처업계의 대부로 불렸던 미래산업 창업자 정문술 전 사장의 경우 지난 1월 후배 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고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 세인들로부터 '아름다운 은퇴'라는 소리를 들었다.

나모인터렉티브의 대주주이던 박흥호 사장과 김흥준 사장은 공동대표에서 이사로 자진 강등하고 최준수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으며 코디콤, 삼영열기,와이티씨텔레콤 등의 창업자들도 전문경영인에게 CEO 자리를 내주었다.

벤처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름다운 용퇴로 볼 수 있는 경영인도 있지만 무리한투자와 경영악화로 자리를 내놓은 경영인도 있다"며 "여하튼 이들의 퇴진으로 벤처업계의 세대교체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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