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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전략의 과열을 경계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앞으로 1년 수개월 후에는 대통령선거·국회의원선거 등 정치 세력을 판가름 지을 중대 행사가 계속 실시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 또 지방자치법의 실시가 부활되면 이상의 선거를 전후하여 지방의회 구성을 위한 선거도 실시될 것이 틀림없다. 이리하여 명년은 가위 선거의 해가 될 것 같다. 이와 같은 「스케줄」은 갑자기 정계 전반에 이상기온의 폭풍을 불게 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것이 가져오는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하여 깊은 반성이 필요하게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사실 여부는 아직 확인할 수 없으나 야당측은 이미 공화당이 불법 선거 운동을 개시하고 있다고 하면서 네가지 사실을 들어 공격의 화살을 쏘고 있다. 첫째는 시장·군수·경찰 서장등 일선 기관장들이 출처 불명의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선심 공세를 펴고 있다는 것이며, 둘째는 정당법에 위배하여 공화당은 관리장들의 이름으로 사실상의 면당, 동당 심지어는 통에까지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며, 셋째는 관공서, 농협, 수협, 금융 기관에까지 대대적인 당 조직 확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며, 넷째는 리·동 등 말단 행정 기관을 주민 성분 조사 등 당 사무를 위해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또 야당측은 야당측대로 미구에 있을 전당 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를 지명하겠다는 등 마치 선거가 금년에 박두한 것 같은 긴박감을 주는 처사를 하고 있다. 민주 국가에서 모든 것은 선거에 의하여 그 운명이 결정된다는데 이론의 여지는 없다. 그러한 의미에서 여·야가 다같이 선거 전략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것은 또한 당연한 것으로 이것은 충분히 이해 안되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선거 전략의 과열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정부는 작년에 이어 금년을 「일하는 해」로 결정하였다. 그 「일하는 해」가 선거 전략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중대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설마 정부·여당이 이와 같이 지각없는 방향 전환을 감행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으나 만일에 조금이라도 지금 야당측이 주장하는바가 사실이라면 우리는 엄중히 사태의 시정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선거전이라는 것이 본의이든 아니든 행정의 공백 상태를 초래한다는 것은 주지되어 있는 사실이다. 서구 제국이나 미국과 같이 모든 행정 조직과 기능이 정치 세력의 변동 여하에 불구하고 미동조차 보이지 않는 나라라면 문제는 다를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정치 세력의 성세와 행정이 민감하게 함수 관계를 보이는 것이 그 특징이다. 이와 같은 풍토에서 선거 전략의 혼돈이 장기간 계속된다면 행정은 참으로 한심할 정도로 마비 상태에 함입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시인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선거 전략의 과열을 경고하며, 당분간의 휴식을 요청한다. 아직도 시간은 있다. 「정권 방위」도 좋으나 우리는 그것보다 먼저 「행정 방위」를 주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더구나 벌써부터 선거에 관련하여 「부정」이 운운되는 것은 참기 어려운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야당측도 너무나 일찍부터 선거 위주의 노골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불행한 일일뿐 아니라 자신들을 위해서도 불리한 일이 아닐까. 그보다도 야당은 그 조직의 강화, 이념의 통일화 등 자체 정비가 더 긴급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 것이다. 모든 정당·정파들의 새로운 반성이 있기를 촉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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