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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스마트기술로 민생 현안 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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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김성태
한국정보화진흥원장

대한민국은 지금 풀어야 할 사회적 난제와 민생 현안들로 넘쳐나고 있다. 일자리, 성장, 복지, 교육, 고령화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갖가지 구호와 논쟁이 난무했던 대선 직후여서 그런지, 이들 사회 현안이 더 큰 숙제로 느껴진다. 새 정부는 쉽게 풀리지 않는 사회 현안들을 가득 짊어진 채 출발하게 될 것이다. 이런 난제들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여러 전문가·당국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왔지만 워낙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는 문제들이어서 아직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방법, 더 나은 방법의 모색이 정말 절실한 시점이다.

 국가경쟁력 1위를 자랑하는 핀란드를 자세히 관찰해 보면 새로운 해결방법을 엿볼 수 있다. 『핀란드 경쟁력 100』이라는 책에는 아주 작은 창의적인 생각들이 모여 어떻게 난제를 해결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지 자세히 적혀 있다. 소소한 생활 속 아이디어부터 국가 행정 시스템까지 오늘날 핀란드를 있게 한 다양한 사회 혁신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소개돼 있다. 창의적·개방형 아이디어의 대표적인 예가 21세의 청년 리누스 토르발스가 개발한 정보기기 운영체계인 ‘리눅스’다.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배포되고 프로그램 소스 코드도 공개돼 전 세계의 사랑을 받았다. 이 밖에 자살예방국가 프로젝트, 평생교육, 부정부패척결 프로젝트 등도 핀란드가 직면한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한 사례다.

 사회 혁신은 기존 방식으로 해결하기 어렵거나 새롭게 발생하는 문제를 ‘창의적 방식(new ideas)’으로 푸는 것을 말한다. 국민이 적극 참여해 낸 창의적 아이디어로 크고 작은 문제의 해법을 찾는 것이 바로 사회 혁신의 핵심이다. 최근 각종 글로벌 위기가 터져나오면서 세계 각국은 골치 아픈 문제를 헤쳐나가는 방법으로 사회 혁신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소위 ‘제4의 물결’이라는 스마트혁명의 중심에 서 있다. 이 혁명을 이끌어가는 핵심 원동력이 인간중심 가치를 향한 스마트기술이다. 그동안 이 똑똑한 기술은 우리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변혁을 이끌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스마트기술을 활용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만 관심을 두었다. 최근 들어 스마트기술은 인간 중심을 지향하며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스마트기술을 기반으로 개방·협력의 장이 형성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모여 결과적으로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일례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범죄예측지도(crime map) 프로젝트는 다양한 사람이 참여해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각종 범죄를 사전에 방지하고 해결한 사례다. 경찰청이 과거 8년간의 범죄발생 지역과 유형을 세밀하게 분석해 향후 발생 가능한 범죄를 예측하고, 그 결과를 지역 내 지리정보에 반영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범죄예측지도는 범죄율 감소에 기여했고, 지역 거주민들은 생활 속 범죄정보를 사전에 인지해 스스로 예방할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다. 자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 기반의 예방정책을 마련한다거나, 지능형 CCTV를 설치해 방범 능력을 크게 향상시키는 등 다양한 스마트기술 기반의 사회 현안 해법이 모색되고 있다. 앞으로 스마트기술을 잘 이용하면 분야를 뛰어넘는 융합적 혁신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우리가 풀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난제도 조그마한 아이디어를 모아 실천하면 커다란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더 새롭고, 더 나은 방식인 ‘스마트 기반의 사회 혁신’이다.

 국가 차원의 혁신전략에 국민의 창조력과 창의력이 더해진다면 우리는 ‘스마트 기반의 사회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특히 IT 강국으로서 우리의 강점을 잘 활용한다면 경제문제 해결과 일자리 창출, 범죄·재난 예방 등을 아주 적은 비용으로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불확실·고위험의 위기 시대를 맞아 이를 기회로 바꾸는 스마트 리더십이 필요하다.

김 성 태 한국정보화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