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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동남아 순방의 역사적 의미|경제 진출 위한 정지 작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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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월남 파병의 본질>
지금 미국은 북폭재개·병력증강·경제 건설 시행 등 3대 정책을 가지고 월남전쟁에서 불퇴전의 결의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월남 전쟁이 확대되어 아주에서의 전면 전쟁이나 세계 대전으로 발전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피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미국은 소련과의 평화 공존을 계속 다짐하여 월남 전쟁이 소·중공 우호 관계 회복의 계기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월남 전쟁은 분명히 국제적인 계급 투쟁이요, 누구도 이 전쟁에서 자유주의 대 공산주의의 「이데올로기」적 세력권적 대립의 성격을 사상하지 못한다.
미국이 이 전쟁에서 무엇보다도 겁을 내고 있는 것은 이 전쟁이 계급 투쟁이 아니라 인종 투쟁 같은 인상을 주어 유색 인종국의 「리더」로 자처하는 중공으로 하여금 AA「블록」에 대한 제반 영향력을 가강케 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 전쟁이 결코 백색 대 유색간의 인종 투쟁이 아니라 상이 하는 「이데올로기」 및 사회 체제를 제각기 신봉하는 이질적인 세력간의 투쟁이라는 것을 입증키 위해 우선 끌어들인 것이 한국이었다. 우리 한국민은 과거 일제의 지배를 받아 독립을 잃었고, 또 중공의 침략을 받아 국토 통일을 이룩하지 못했으므로 피부색의 차보다도 「이데올로기」적인 색채의 차에 더욱 민감한 민족이다. 그런데다가 우리는 6·25전쟁 때 우방으로부터 받은 피의 원조를 국제적인 반공 전쟁에 갚아야 할 도의적인 책임도 있기 때문에 국론이 별로 큰 혼란에 빠지지 않고 월남 파병에 응했다.
지금 미국은 월남 전쟁의 국지적인 해결을 모색키 위해 화전양양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월남 전쟁이 지구화할 적에 미국과 중공이 전면적으로 군사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은 아무 때나 있다. 작년 9월말 중공 정권 수뇌는 기자 회견에서 『우리는 백발이 성성하도록 미국과 일전 할 기회를 기다려왔다. 다음 세대에 이 과업을 넘기느니보다 차라리 우리 세대 때 전쟁을 치를 용의가 있다』고 언명했다. 이 선전포고 이상의 폭탄 선언은 단순한 호언 장담으로 들어서는 안된다. 중공은 「베트콩」이 아니라 「베트민」까지 섬멸 당할 위기에 부닥친다면 전쟁에 직접 개입할 우려가 매우 크다. 또 미국의 여론 가운데는 앞으로 2년 후면 중공이 핵무기 및 그 운반 수단을 양산·저장하게 되는데 그 전에 예방 전쟁을 치러야 한다는 논도 유력하다. 월남 전쟁에 막대한 전비와 군사력을 소모하면서도 아무런 결론이 나지 않을 때 미국이 중공과 싸울 공산은 늘어만 간다.

<반공의 국제적 연대>
이런 상정하 미·중공 전쟁의 가능성이 자못 현세화 한다고 하면 가장 큰 위험을 느끼는 국가는 어디일까? 지금 불을 뿜고 있는 월남은 물론이지만 한국·자유중국·태국·「말레이지아」 등 중공에 인접하여 그 군사침략의 위협을 직접 받고 있는 나라들이다. 이와 같은 정세적 배경 하에 중공이 만약에 제2의 전선을 편다면 제1차적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농후한, 한국의 「톱·리더」가 중·태·마 등 3개국을 순방하여 국가간의 우호친선을 돈독히 하고 아주 정세 전반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고 공동한 대책을 협의하고 공통한 진로를 모색한다는 것은 시의에 알맞는 조치였다.
그러면 박 대통령 일행이 동남아 순방을 통해서 얻은 성과는 무엇인가? 보도된 사실을 기초로 하여 필자가 느낀 바를 간단히 요약해보기로 한다.
첫째로 반공 국가로서의 한국의 존재와 진로를 국제적으로 명시했다는 것이다. 자유중국을 제외하고 태국에도 「말레이지아」에도 한국은 낯선 나라였다. 특히 영 연방에 속해 최근까지 중립 정책을 취해오던 「말레이지아」는 한국의 월남 전쟁 개입을 이해하지 못했고, 혹은 못마땅하게 생각하였다. 이런 나라들을 순방하여 한국이 어떤 국가이며, 왜 반공을 하고 있으며, 또 어찌하여 월남전쟁에 휩쓸려 들어갔는가를 명백히 밝혀둔다는 것은 상호간의 이해를 돕고 우의를 증가하기 위해 그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는 것이다.
지난날 우리 나라는 동남아 반공 진영의 「리더」가 되려고 무척 애썼지만, 그때는 이런 욕구를 충족해줄 수 있는 객관 정세가 성숙돼 있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자립 경제의 터전을 거의 닦아 놓았고 국사상 최강의 군사력을 가지고 자국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음은 물론 남의 나라에 파병하여 그 나라의 민주주의적 자유·독립수호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3개국 순방의 결과, 앞으로 동남아 제국간에 각료급 회담, 혹은 정상 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확실해졌다. 지난날 「시토」를 형성할 적에 한국이 그들의 「위험한 부담」이 될까봐 「시토」 회원국으로부터 의식적으로 기피를 당했던 것을 생각하면 실로 금석의 감을 금할 수 없다. 필자는 우리의 국제적 지위가 이정도까지 향상·개선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면서 대통령 방문이 뿌린 씨를 가꾸고 열매를 거둬들이는데 한국 외교가 민활한 기동성과 적절한 유연성을 보여주기를 요망하고 싶다.

<경제 외교의 뒷받침>
둘째로 경제적 진출을 위한 정치적인 정지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65년도 이들 3개국에 대한 수출 총액은 6백8만불, 전체 수출액의 3%로서 계획에 대비해 65%의 부진한 실정을 보였다.
그리고 이들 3개국으로부터의 수입 총액은 6백50만불로서 전체의 1.6%에 불과하지만 분명히 입초였다. 왜 이와 같은 사태가 벌어졌던가. 시장 조사가 불충분한데다가 경제 외교에 대한 강력한 정치적인 뒷받침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통령의 순방은 이 경제 외교상의 정치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필요했던 것인데 박 대통령과의 공동「코뮤니케」를 보면 한국이 의도했던 정치적 정지작업은 대체로 이루어진 것 같다.
태국과 「말레이지아」에 대해서는 교역 확대의 가능성이 크게 시인되었으며, 용역 및 기술의 수출에 대해서도 문호가 활짝 열렸다. 자유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한·중 양국간의 교역 확대 문제보다도 동남아 시장 일대에 있어서의 수출 경쟁 조정이 시급한데 이 면에 있어서도 정치적인 결제가 행해진 것 같다. 66년도 이들 3개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 목표는 1천2백만불 (전체의 5%)인데 앞으로 우리 정부의 실무자와 업자들이 대통령이 정지한 시장의 바탕을 잘 활용한다면 이 이상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이만큼 현하 무역 전쟁의 시대에 있어서 「세일즈맨」으로서의 「톱·리더」의 역할은 큰 것이다.
세째로 월남에서의 반공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동남아의 잠세적인 군사 동맹을 형성할 수 있는 소지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은 미국의 「험프리」 부통령의 그것과 거의 때를 같이 했다. 물론 이것은 우연한 일치였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험프리」 부통령의 순회가 월남 전쟁에 「아시아」 제국의 군사력을 더 많이 투입시키기 위한 정치 공작을 목표로 하는 것이었다면 자유 월남에 대한 공동 지원을 역설한 박 대통령의 순방 외교는 미국의 이러한 계획을 추진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이라 볼 수 있다. 월남 전쟁에서 인종을 초월한 반공 십자군의 결성이 자유 진영의 시급한 과제라고 하면 미국은 이에 앞장서준 한국에 대해 응분의 경의를 표함이 마땅할 것이다. 신상초 <본사 논설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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