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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들이 꼽는 최고 식당 … “인공 첨가물 없이 식재료 풍미 그대로 전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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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어윤권 셰프가 서산갑굴에 제주감귤 인푸시오네를 곁들인 요리를 마무리 세팅하고 있다.

선명한 주홍빛을 띤 바닷가잿살과 홍어, 윤기 나는 토종란, 포치니 버섯, 양송이가 그림을 그리듯 동그란 접시 위에 자리잡고 있다. 재료들 사이에는 아몬드 가루가 고슬고슬하게 뿌려져 있다. 신선한 재료로 완성된 이 애피타이저는 원재료의 형태를 거의 그대로 유지한 모습이다. 청담동 이탈리안 다이닝 ‘리스토란테 에오’의 어윤권 셰프가 만든 요리다.

글=하현정 기자 , 사진=김경록 기자

국내 이탈리아 요리의 1인자로 불리는 어 셰프가 운영하는 리스토란테 에오는 미슐랭 스타에 버금가는 신뢰도를 자랑하는 레스토랑 가이드북 ‘자갓 코리아’에서 2010년과 2011년 2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한 곳이다. ‘월스트리트 뉴욕’ 역시 이곳을 서울 시내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소개한 바 있다. 소설가 조경란 씨는 음식을 소재로 한 소설 를 출간하면서 “요리를 배운다면 어윤권 셰프에게 배우고 싶다”고 얘기했다.

 리스토란테 에오는 이탈리아어로 ‘어씨네 식당’이라는 뜻이다. 톱 클래스 레스토랑답지 않게 소박한 이름이다.

 “이탈리아에서 공부할 때 사람들이 제 성인 ‘어’를 잘 발음하지 못해서 ‘에오’라고 불렀었어요. ‘어씨네 식당’이라는 이름처럼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어 이름 붙였죠.”

 2006년 문을 연 이 곳은 테이블이 다섯 개 밖에 없다. 테이블이 많으면 제대로 서비스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정해진 메뉴도 없다. 손님들은 어떤 요리를 먹게 될지 모른 채 이 곳을 방문한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모든 테이블은 만석이다. 이 작은 이탈리안 식당이 미식가들 사이에 최고로 꼽히며 무한 신뢰를 받는 이유는 식재료 그대로의 건강한 맛과 디테일한 서비스에 있다.

바닷가재와 홍어, 토종란으로 만든 애피타이저.

식재료 매력에 빠져 시작한 요리사의 길

‘탁탁~’ ‘지글 지글’ 도마 위에서 칼이 움직이는 소리, 프라이팬에서 해산물이 연기를 내며 익는 소리 …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청년에게 호텔 주방이 연출하는 풍경은 판타지 그 자체였다. 조리대 위에 놓인 이름 모를 서양 채소와 난생 처음 본 랍스터는 단박에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주방 스태프들의 새하얀 조리복도 근사했다.

 아들의 장래를 걱정하던 아버지는 친구가 일하는 한 특급 호텔로 아들을 견학 보냈고, 뭐 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따라 나선 청년은 알록달록 다채로운 빛깔의 갖가지 식재료에 마음을 빼앗겼다. 요리 인생의 시작이었다.

 그의 요리 재능은 빛났다. 호텔 연수를 시작으로 강남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갔고 몇 년 지나지 않아 유학파 요리사들도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 유명 호텔에서 그를 찾았다. 힐튼 호텔에서 요리사로 일하던 중 참가한 한 국제요리 대회에서 이탈리아 셰프들과의 실력차에 충격을 받고 1997년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랐다. ‘플라미니오’ ‘세르볼라’ ‘라파체’ 등 유명 레스토랑을 거쳐 이탈리아의 톱클래스 레스토랑인 포시즌 호텔의 ‘떼아뜨로’에서 셰프 디 빠띠(중간 매니저)까지 올라갔다. 떼아뜨로에서 만난 이탈리아 요리계의 거장 ‘세르지오 메니’는 그의 요리 스승이다. “포시즌 호텔에서 3년 동안 일하면서 디자인과 색감, 디테일에 있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 때 배운 것들이 지금 리스토란테 에오를 만든 중요한 틀이 됐죠.”

자연 친화적인 정직한 요리로 행복 전할터

오픈 이후로 6년이 지났지만 한 차례도 음식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 이유는 좋은 식재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균일하고 좋은 품질의 재료를 구입하는 일은 요리의 기본이다. 좋은 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려면 단골의 안정적인 방문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가격을 올려서 혹시라도 손님이 줄어들면 신선한 재료를 그날그날 공급받지 못하게 될 수 있죠. 그게 걱정이에요. 그래서 계속 동결이죠.”

 그가 추구하는 것은 ‘내추럴’과 ‘디자인’ 두 가지다. 재료 자체의 풍미를 살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자연에 가까운 요리를 만든다. 늘 새로운 것을 기대하고 오는 손님들을 위해 매일 메뉴를 새롭게 구성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과다. 같은 요리라도 매번 다른 디자인으로 완성한다.

 맛있는 요리는 물론 고객 한명 한명의 취향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디테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필수다. 홀 스태프들도 요리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고 고객이 주문하는 식사와 관련된 어떠한 주문도 능숙하게 처리한다. ‘파인 다이닝(최고의 요리를 최상의 서비스로 제공하는 고급 레스토랑)’에 걸맞는 이러한 요건들 덕에 해외 명품 브랜드의 VIP 고객들을 위한 프라이빗 이벤트가 열리는 단골 장소가 됐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대기업 CEO들이 꾸준히 이 곳을 찾는 이유 역시 음식 맛에만 있지 않다.

 그가 만드는 이탈리아 요리는 자연친화적이다. 화학 재료를 사용하는 일도 없다. 설탕 대신 과일이나 벌꿀로 단맛을 낸다. 올리브유는 15가지를 구비해 놓고 요리 특색에 맞춰 모두 다른 종류를 사용한다. 간은 소금과 후추만으로 대부분 마무리 한다.

 식전 빵, 입맛을 돋우는 식전 요리, 해산물로 만든 두 번의 전채 요리, 파스타, 첫 번째 메인 요리, 메인 요리 사이에 입맛을 정화해주는 소르베, 그리고 두 번째 메인 요리, 섬세한 디저트와 커피 또는 차. 8만8000원의 디너 코스는 10가지 단계에 걸쳐 제공된다. 6만6000원 코스는 메인 요리가 한가지 제공되며 8단계로 구성돼 있다. 요리는 모두 셰프가 직접 만든다. 스태프가 만든 요리를 확인만 하고 내보내는 다른 레스토랑과는 다르다. 전 코스에 걸친 세심함은 이곳을 재방문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힘이다.

 그가 추구하는 요리는 ‘정직한 요리’다. 재료가 가진 본연의 향기와 질감, 그리고 미감을 있는 그대로 내는 것이 바로 정직한 요리라는 것이다. “인공 첨가물 없이 자연 그대로를 전해 주는 것이 요리예요. 신선한 재료로 만든 몸에 좋은 음식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줍니다. 제 음식을 먹으면서 행복해 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또 제 행복이고요.”

Info 리스토란테 에오

가격 점심 코스 3만3000~5만5000원
저녁 코스 6만6000~8만8000원

주소 강남구 청담동 99-11 2층 (일요일 휴무)

문의 02-3445-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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