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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 최후의 왕비 윤비 별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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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씨 왕조의 맨 마지막 임금인 순종의 황후 윤비가 3일 하오7시10분 향년73세틀 일기로 낙선재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이날 하오6시쯤 낙선재의 거실 석복헌에서 저녁 목욕을 마치고난 윤비는 상궁들이 수건으로 몸을 닦을 때 갑자기 현기증을 일으켜 『어지럽다』는 가냘픈 한마디와 함께 김 상궁의 콤에 기댔는데 곧 눈동자가 희미해지면서 고요히 잠자듯 숨져 이 세상을 떠났다. 급보를 받고 10분쯤 뒤에 의사 김해수(내과)박사가 달려와 진찰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윤비의 임종에는 김·박·성씨 등 세 상궁과 함께 김 박사가 지켜보았다.
○…이조마지막황후 윤비가 서거한지 하루가 지난 4일 아침 창덕궁 낙선재에는 윤비의 명복을 비는 목탁소리와 독경소리가 은은히 울려 퍼질 뿐 적막에 싸여있었다. 빈소는 평소 윤비가 거처했던 석복헌 「서온돌」침실에 차려져 왕세손 이 구씨, 방자여사, 이우송비, 박찬숙여사 등 친척 30여명이 모여 조용히 윤비의 명복을 빌었다.
빈소는 왕실의 예법대로 신선도 병풍을 거꾸로 돌려 겉은 흰색병풍. 조용히 타오르는 촛대 앞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에서 나온 승려들이 윤비의 유언에 따라 간소하게 불경을 외고 있었다.
○…이날 상오11시 현재 일반조객은 한 사람도 찾아오지 않았고 공화당 김성진의원, 전예용 건설부장관, 홍종철 공보부장관, 김법룡 조계종 총무원장 등이 보낸 조화4개가 쓸쓸히 서 있을 뿐.
윤비가 거처했던 석복헌에는 윤비의 시중을 들어왔던 김명길(73) 상궁, 박창복 상궁(64), 성옥영(47) 상궁 등 나인과 친척들이 모여 앉아 윤비의 기구했던 과거를 회상, 눈물을 삼키기도 하고-.
윤비의 염습은 평소 시중을 들어왔던 김 상궁 등 3명이 맡아 준비해 놓았던 공단수의를 입혔다고 한다.
4일 밤 문상을 하고 다녀간 인사는 다음과 같다.
▲이세정(일성고등공민학교장) ▲이백일(국회의원) ▲이희승(국회의원) ▲이우태(국회의원) ▲이해선(대한사진가협회장) ▲이철주(연세대 교수) ▲이건웅(종약원 부이사장) ▲이유선 ▲이수길 ▲이근한(종약원 전례부장) ▲박충식(전 국회의원) ▲박찬주(고 이우공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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