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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권자금」에 대한 국회 동의권의 한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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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일 협정에 의거해서 한국이 향후 10년 간에 무상으로 제공받기로 되어있는 3억 불 해당 일본국 생산물 및 일본인용역의 제1년도 실시계획은 협정 비준일로부터 60일 이내에 결정하기로 되어있으며, 한국정부의 실시계획은 그 이전에 되도록 속히 일본정부에 제출키로 되어있다. 한·일 협정은 지난 12월 18일에 비준되었기 때문에 초년도의 실시계획은 늦어도 오는 2월 16일까지 확정되어야하는데 정부·여당은 이 문제를 해결고자 「대일 청구권자금 운용 및 관리에 관한 법안」을 국회에 내놓았다. 이에 대해 민중당 측은 대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였는데 양자간의 기본적인 계쟁점은 상기자금의 운용 및 관리에 있어서 국회의 동의권을 어느 정도로 인정해주어야 하는데 있다. 그 성질로 보아 신속한 입법화를 요하는 이 문제에 관해서 우리는 양당이 속히 합리적인 타협점의 발견을 모색할 것을 바라면서 우리의 견해를 요약 제시기로 한다.
첫째로 청구권자금의 운용계획제출에 국회의 동의는 필요치 않다. 한국이 일본국 생산물이나 용역 중 어떤 것을 받아들이는 가는 한국정부가 제시하는 계획에 따라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한·일 양국 간의 최종적인 합의를 보아야만 결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측이 제시하는 계획서의 작성에 있어서 국회의 의사를 반영시킨다는 것은 가하다 하겠으나 작성된 계획서에 대해서 국회가 동의를 준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계획의 입안작성은 주로 정부가 해야될 일이지만 국민의 중지를 모으고 국민의 여론을 통합시키기 위해 각계 각층의 대표를 망라하는 자문기관은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둘째로 일본으로부터 받는 물자나 용역이 계획대로의 사용을 관리하기 위해 국회 내에 관리위를 두어야한다는 주장도 옳지 않다. 정부가 받아들이는 물자나 용역의 사용은 엄연히 행정적 영역에 속하는 것이요, 입법부가 관리할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삼권분립원칙을 존중한다고 하면 이 경우 국회가 해야할 일은 입법부가 갖고있는 일반적인 감시기능을 발휘해서 일본으로부터 받는 물자나 용역이 계획대로 사용되고 있는가를 감시하는 것뿐이다. 이러한 감시를 위해서도 국회가 특별위를 설치·운용할 필요가 반드시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행정 각부의 예산집행만을 감시하기 위해 특별위를 설치·운용치 않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처럼 계획의 작성에도 집행에도 입법부가 직접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청구권자금의 운용 및 관리에 대해 국회가 동의권을 행사치 말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우리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국회의 동의권이란 계획의 작성기준과 물자 및 용역의 기본적인 사용방향 등 포괄적인 문제에 대해 승인을 줄 때 한해서만 필요한 것이요, 「케이스·바이·케이스」로 행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끝으로 무상 3억 불은 지난날 우리국민이 피와 땀을 흘린 고통과 희생의 대가로 얻게 되는 것이니 만큼 우선적으로 해방 전 민간의 대일 채권 보상에 충당하여야하며 그 정치 자금 화를 엄격히 방지해야 한다. 민간 채권보상에 우선적 순위를 주자는 데 대해서는 여·야간에 합의가 이루어진 모양이다. 정치 자금 화를 막기 위해 처벌규정을 두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양론이 있는 모양이나 우리는 정부·여당이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도 솔선 호응함이 마땅치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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