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 항로 막히면 중동수출 직접 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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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미국의 보복이 예고됐던 일인데다 아프가니스탄과의 교역 규모가 작아 당장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전쟁이 중동 등으로 번지거나 길어질 경우 수출 감소.유가 상승.수송 차질 등 피해가 예상돼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중동지역 주재원 안전과 원자재 확보에 최우선 한다는 방침이다.

◇ 거의 전 업종에 악재=아프간에 대한 한국의 연간 수출은 8천4백만달러, 수입은7만5천달러(작년 기준)로 미미한데다 현지 진출업체도 거의 없어 보복 공격에 따른 직접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계경기 침체.중동항로 봉쇄 가능성 등에 따라 거의 전 업종에서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KOTRA는 전쟁위험 보험료 부과와 유가상승 등으로 수출업체의 채산성이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동시장에서 라마단 기간(종교 금식기간, 11월 중순부터 한달간)의 매출이 연간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데, 보복 공격으로 인도양을 경유하는 화물수송에 차질이 생기면 수출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업계는 걱정했다.

건설업체들은 공사현장 운영대책과 철수 방안 등을 현지에 긴급 전달했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수주 차질과 공사 중단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중동지역에는 12개국 64개 현장에서 2천7백명의 한국 직원이 일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승객들의 비행기 탑승기피 현상이 확산될까 걱정하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테러사건으로 탑승객이 20%가량 줄어 9월부터 연말까지 3천6백20억원의 손실이 생길 것으로 추산한 바 있으나 미국의 보복 공격이 길어지면 사상최대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해운업계는 당장 원유나 가스 수송에 차질이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선박용 연료가격이 오르거나 수에즈 운하 통제로 항로를 우회해야 할 수도 있어 경영압박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지역의 한국 선박 물동량은 약 1억3천만t이며 보복공격이 한달간 계속될 경우 해양수송 피해물량이 약 1천만t에 이를 전망이다.

전경련은 8일 국내 6백대 기업을 대상으로 10월중 기업경기실사지수(BSI=기준 100)를 조사한 결과 테러사태의 영향 등으로 9월보다 22.1이나 하락한 75.9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 일부 특수도 기대=화상회의 솔루션업체 등 IT(정보기술)업체는 미국의 테러에 대한 보복 공격의 여파로 구매 의뢰

가 크게 늘어나자 '전쟁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화상회의 솔루션업체인 포씨소프트는 "기업내 화상회의 솔루션에 대한 구매 의뢰가 테러가 일어나기 전보다 2~3배 가량 늘었다"면서"휼렛패커드.GM 등 미국의 주요 업체들이 출장금지 또는 항공이용 자제 등의 조치를 취하자 출장 대신 화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하려는 업체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콤도 다자간 통화서비스인 '텔레미팅'을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 8일 선보였다.

보안업체들은 미국 특수를 기대하는 분위기. 미국에선 테러사태 이후 항공사.공항 등에서 주문이 3~5배 늘면서 생체인식시장이 내년에는 연간 1천억달러 규모로 60%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넥스테크놀로지.비전인터렉티브.니트젠.휴노테크놀로지 등 홍채.지문인식 보안제품을 개발한 국내 업체들의 미국 진출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 biznew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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