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 자연계열 경쟁률 껑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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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눈치싸움이 예상된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방식의 변화로 재수를 기피하는 경향도 커졌다. 그만큼 맞춤형 지원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온라인 모의지원은 모집단위 마다 경쟁률과 합격성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활용성이 크다. 진학사의 도움을 받아 100,587명의 모의지원 경향을 분석해 봤다. 그 결과 고려대 자연계열의 경쟁률이 대폭 상승했다. 고려대 자연계열의 수능반영 비율이 연세대와 동일한 언어와 외국어 각20%, 수리와 탐구는 각 30% 반영으로 변경되면서 지원성향에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김만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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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10만587명 모의지원 경향 분석


고려대 자연계열은 올해 모의지원에서 2.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지난해 1.9대 1보다 상승한 수치를 나타냈다. 진학사 김희동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수치상으로는 경쟁률이 0.5 정도 상승했지만 실제로는 2대 1 이상 경쟁률이 상승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조밀한 성적대가 몰려 있는 상위권 특성상 실제 보다 체감 경쟁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이어 “특히 고려대가 자연계열에서 수학·외국어·탐구만 반영해 우선선발을 실시하는 만큼 올해처럼 언어 난도가 낮아 불이익을 받은 자연계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지원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변화로 자연계 최상위권 수험생들은 가군에서 안전지원 대학으로 고려대를 선택할 가능성이 많아졌다. 이는 고려대가 연세대에 비해 정시모집 인원도 많고 학부 단위로 모집하기 때문에 추가합격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어·수학·외국어 성적에 비해 탐구성적이 불리한 상위권 수험생들은 그만큼 지원대학의 폭이 좁아졌다.

모의지원 결과도 이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중앙대 자연계열의 경쟁률도 상승했다 서강대 자연계열은 지난해 2.2대 1에서 3.5대 1로 경쟁률이 증가했다. 성균관대 자연계열 역시 가군의 경쟁률이 2.3대 1에서 3.4대 1로, 나군은 3.4대 1에서 4.4대 1로 높아졌다. 한양대는 가·나군 경쟁률이 각 2.2대 1, 7.7대 1에서 2.6대 1과 8.1대 1로 올랐다. 중앙대는 가군 경쟁률 상승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5.5대 1에서 올해는 7.6대 1을 기록했다. 나군 역시 3.8대 1에서 4.7대 1로 높아졌다.

의학전문대학원 폐지의 여파로 의전원 준비와 연계된 학과인 생명공학·생명과학·화학공학과 등 관련 학과의 경쟁률과 합격선이 내려갈 수 있다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모의지원 결과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국대 생명과학특성화학부와 한양대 화공생명공학부 정도가 경쟁률이 눈에 띄게 줄었을 뿐 고려대·동국대·서강대·서울시립대·중앙대 관련학과의 경쟁률은 지난해와 비교해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2+1’ 반영 대학 합격선 낮아질 듯

2+1 반영에서 수능 전 영역 반영으로 돌아선 대학들의 모의지원 경쟁률이 눈에 띄게 줄었다. 2+1 반영방식은 수능시험 4개 영역 중 문과는 수리과목을, 이과는 언어와 외국어 영역 중 한 과목을 선택해 반영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지난해까지 신입생을 선발한 대학 중 한국항공대·한국외대(글로벌) 자연계열·경기대·가천대(글로벌) 인문·자연계열(일부 학과)이 올해부터는 전 영역 반영으로 전형방법을 변경했다. 이들 대학의 모의지원 경향을 분석해보면 지난해 동일한 시기와 비교해 공통적으로 경쟁률이 낮아진 것을 알 수 있다. 한국항공대는 올해 나군 인문계열의 경쟁률이 2.6대 1, 자연계열은 1.6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모의지원 경쟁률이 인문계열 4.5대 1, 자연계열은 2.9대 1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인문계열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다군 역시 인문계열 4.5대 1, 자연계열 5.4대 1의 경쟁률에서 올해는 각각 2.6대 1과 3.9대 1로 감소했다.

 유웨이중앙교육 이만기 평가이사는 “2+1 반영대학이 전 영역 반영으로 바뀌면 2+1 성적대에서 경쟁력을 가진 수험생들이 지원을 꺼리는 바람에 지원집단의 변화를 가져와 경쟁률뿐 아니라 합격선도 배치표 기준에 비해 낮아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2+1 반영대학이 줄어든 만큼 남아 있는 기존의 전형방법을 유지하는 대학의 합격선과 경쟁률은 상승할 수 있어 지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이 같은 반영방식을 유지하는 홍익대 자연계열, 서경대 글로벌경영·나노융합공학, 서울여대 자연계열 다군 모집단위의 경쟁률은 높아진 모습을 보였다. 홍익대 자연계열 가·다군은 지난해 각 1.9대 1과 6.6대 1에서 2.4대 1과 7.7대 1로 경쟁률이 상승했다. 서울여대는 평균 2.7대 1에서 3.1대 1로 경쟁률이 올라갔다. 서경대 글로벌경영학과는 지난해 1.2대 1에서 2.3대 1, 나노융합공학과는 2.1대 1에서 2.8대 1로 높아졌다.

중하위권 학과 안전 지원 높으면 합격선 올라

안전 지원 경향을 분석하면 경쟁률의 흐름도 예상할 수 있다. 메가스터디가 회원들의 합격예측서비스를 확인한 결과 상위권 인기학과에서 안전지원 성향이 강할 경우 그 만큼 추가모집 비율도 높아졌다. 예컨대 지난해 연세대 행정학과와 고려대 경영학과,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와 고려대 생명과학대학은 안전지원 성향을 보인 수험생이 인문계열 60%, 자연계열은 85%를 넘었다. 상위권 학과에서 안전 지원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추가합격의 기회도 다른 모집단위에 비해 크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해 연세대 행정학과와 고려대 경영학과의 추가합격 비율은 각 80%와 61.7%로 연세대 인문계열 평균인 54.3%와 고려대 인문계열 평균인 37.9% 보다 높게 형성됐다. 이는 서울대 중복 합격자 많았기 때문으로 최종 합격자의 성적도 크게 하락했다. 중하위권 학과에서 안전 지원이 높아진 경우는 합격선이 상승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지난해 연세대 철학과는 안전지원 비율이 86.5%였다. 하지만 추가합격자는 없었다. 최종 합격자의 성적도 배치점수에 비해 5점이 높아졌다. 철학과 뿐 아니라 노어노문학과·문헌정보학과·생활디자인학과·의류환경학과 등에서도 추가합격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중하위권 학과를 지원하는 수험생은 학과보다는 대학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모집단위 인원수 변동은 합격성적 변화로

온라인 모의지원은 표본집단수가 많은 복수의 교육업체를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김용근입시전략연구소 김용근 소장은 “두 군데 이상의 모의지원 자료를 비교해 공통적인 흐름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배치표 지원가능 점수와 비교해 어떤 성적대의 경쟁자들이 모의지원을 하는지 분석하고 지원전략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표준점수 490점이 지원 가능한 모집단위에 500점대가 많을 경우 실제로 그 점수대의 지원자들이 지원할 가능성이 높아짐으로 이를 감안해 자신의 지원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모의지원의 실시간 경쟁률 변화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모의지원에서 경쟁률이 높게 나타난 학과는 비슷한 성적대를 형성하는 다른 모집단위로 수험생 이탈이 발생한다. 지난해 고려대 교육학부는 9.11대 1의 모의지원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실제 경쟁률은 2.63대 1에 그쳤다. 하지만 경쟁률이 낮았던 학과는 실제 경쟁률이 다소 상승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고려대 국제어문학부는 모의지원 경쟁률이 2.86대 1에 그쳤다. 하지만 원서접수 마감 결과 실제 경쟁률은 3.75대 1로 50% 가까이 높아졌다..

 종로학원 김명찬 평가이사는 “온라인 모의지원은 수시 미등록 추가합격이 마무리 되는 12월 19일 이후에 대학별 최종 모집인원이 확정된 다음 합격예측 서비스와 함께 활용하는 것이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모집단위의 인원수 변동은 곧 합격성적의 변화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중위권 수험생들이 늘어난 만큼 중위권 대학의 변동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입시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김 소장은 “중위권 대학은 모의지원 결과 경쟁률이 다소 낮더라도 원서 접수 시기가 다가올수록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변수가 많은 만큼 모든 전형요소를 하나로 집중해 확인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활용하는 것도 유용하다. 지원 포트폴리오는 배치표와 모의지원을 통해 가·나·다군 별로 선정한 지원가능 대학과 학과정보, 지원가능 점수, 경쟁률, 전형방법 등의 정보를 하나의 표에 담아 활용하는 것이다. 이 같은 포트폴리오는 합격 가능성을 명확하게 진단하는 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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