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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견실로 쓸 2층 사랑채 서울 알릴 문화 창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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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새 서울시장 공관으로 사용될 종로구 가회동의 백인제 가옥은 사랑채 중 일부분이 2층 구조로 지어진 근대한옥이다. 1944년부터 60여 년간 백인제 박사와 후손들이 살았다고 해서 백인제 가옥이라 불린다. 12일 안창모 경기대 교수(오른쪽)가 사랑채 앞을 걸으며 가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서울 종로구 가회동주민센터에서 오른쪽 골목으로 10m 정도 들어가면 커다란 기와집이 한눈에 들어온다. 내년 9월이면 새로운 서울시장 공관으로 탈바꿈할 ‘백인제 가옥’이다. 안채·사랑채·별당 등을 갖춘 이곳은 2460㎡ 규모로 종로구 내 한옥 중에선 윤보선 전 대통령 가옥 다음으로 크다. 서울시가 서울성곽 복원을 위해 현 혜화동 시장 공관을 이전하기로 결정하면서 새 시장 공관으로 지난달 백인제 가옥이 낙점을 받았다.

 지난 12일 오후 근현대건축 전문가인 안창모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와 함께 ‘백인제 가옥’을 둘러봤다. 서울시 민속자료 제22호인 백인제 가옥은 일반인에게는 공개된 적이 없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 한옥에선 보기 드문 2층짜리 사랑채가 눈에 띄었다. 안 교수는 “근대 문물이 들어오면서 공간 확장에 대한 요구가 생겨나 층이 올라간 것”이라며 “이를 두고 일각에서 ‘일본식’이라고 비판하지만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가옥은 친일파 이완용의 외조카인 한상룡이 1913년 한옥 12채를 허물고 지은 것으로 올해로 ‘백수(白壽·99세)’를 맞았다. 44년부터 60여 년간 백병원 설립자인 백인제 박사와 후손들이 살았다고 해서 ‘백인제 가옥’이라 불린다. 2009년 서울시가 북촌문화센터로 활용하기 위해 140억원에 매입했다.

 사랑채에 앉아보니 유리창을 통해 햇빛이 가득 들어오고, 꽃나무로 꾸며진 정원도 한눈에 보였다. 이기봉 서울시 공관조성추진팀장은 “사랑채를 개조해 공관을 찾는 외부인을 맞이하는 접견실로 꾸미고 정원에서는 연회를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또 다른 특징은 사랑채와 안채가 복도를 통해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전통 한옥에서는 여성들의 생활공간인 안채와 남성들의 생활공간인 사랑채가 분리돼 있다. 하지만 백인제 가옥은 문 밖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서울시는 안채를 시장 집무실과 생활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안채를 나와 집 뒤편에 위치한 별당으로 올라가자 북촌 일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안 교수는 “이곳은 집안 어르신이 주로 머무는 곳이었다”며 “독립된 공간인 만큼 공관을 찾는 손님들이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건축사 출신인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외국 귀빈들의 방문이 많은 만큼 한옥에 꾸며진 서울시장 공관은 한국을 알리는 문화 창구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시는 이달 중에 ‘문화재 현상변경 심의’를 거친 뒤 내년 초부터 공관으로 활용하기 위한 리모델링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팀장은 “현 가옥 구조를 가급적 바꾸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원칙”이라며 “내년 9월이면 한옥 공관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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