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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즈 칼럼

무역 2조 달러로 가는 길벗 ‘글로벌 CS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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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오영호
KOTRA 사장

“평균 수명 60년의 절반은 전기가 없어 잠만 잤다. 국민들의 잠을 깨워줘 감사하다.”

 지난 6월 미얀마에 진출한 한국 전기 업체 KD파워가 칼롯 마을에 태양광 발전기를 기증하는 자리에 참석한 현지 장관의 말이다. 새우가 천수를 누리고 늙어 죽는 곳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대변하듯 미얀마는 극심한 전력난으로 일상생활은 물론 산업발전이 지체돼 있다. 이런 애로를 외국기업이 앞장서 해소해주니 얼마나 고마웠을까.

 무역으로 먹고살아온 우리의 해외시장 진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지난날엔 상품을 수출하는 데만 열을 올렸다면 이제는 한 걸음 나아가 수출 및 투자 지역에서 우리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글로벌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실천해야 한다. 더구나 CSR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이 CSR을 실천하지 않으면 거래가 중단되는 일까지 벌어진다. 중국도 시진핑 체제의 출범을 기해 CSR을 한층 강조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CSR의 바람직한 실천방안은 무엇일까. 먼저 우리의 강점인 무역을 CSR에 적극 활용하면 좋겠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서도 무역이 개발도상국의 빈곤을 빠르게 해결해주는 방법이라며 원조 프로그램으로 삼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경제성장 노하우에 관심이 많은 개도국을 상대로 무역진흥 및 투자유치 경험을 전수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에 나서야 한다.

 또한 해외 진출기업을 대상으로 공동 CSR 사업을 발굴,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풍부한 자금과 운영 노하우로 글로벌 CSR 활동을 펼치는 대기업들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예산과 전문성이 부족해 CSR 활동이 미약하다. 따라서 현지의 우리 기업, 대사관, 한인회, KOTRA, 그리고 주재국 정부 등이 협력체계를 구성해 공동 CSR 사업을 발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지에서 절실히 필요로 하는 분야에 도움을 제공하면 친근한 기업 이미지를 구축해 시장개척 효과를 거두고, 나아가 국격(國格)까지 높일 수 있다.

 글로벌 CSR 활동무대는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도 열려 있다.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 수는 현재 15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에 없어서는 안 될 경제활동 인력이다. 이들 다문화 가정을 위한 CSR에도 기업들이 활발히 참가해야 한다. 정부는 국내외에서 우리 기업들이 활발히 CSR에 참여하도록 포상을 실시하는 등 더 큰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

 올해 우리나라는 세계경제의 극심한 침체에도 불구하고 무역 1조 달러를 지켜냈다. 세계경제 전망은 내년에도 그리 밝지 않다. 1조 달러를 달성한 동력이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를 앞세워 해외 곳곳에 도전적으로 나선 ‘글로벌 DNA’에 있었다면 2조 달러의 길은 세계 속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글로벌 CSR DNA’를 배양하고 확산하는 여정에서 더욱 크게 열릴 것이다.

오 영 호 KOTRA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