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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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부의 손에서 번쩍이는「다이어」의 눈부신 광택에 잠시 넋을 잃었다.
5푼 짜리 결혼반지는 깊고 따뜻한 사랑을 응변 하고 있었다.
신부의 친구들.
같은 5푼의「다이어」반지를 가진 이는 안심을, 3푼의 자그만 반지를 낀 이는 선망을, 그리고 그보다 큼직한「다이어먼드」를 가진 이는 으쓱함을 음미했을 것이다.
윤택하지도 않은 신랑이 그만한 물건을 장만하느라고 부진 애를 썼으리란 짐작은 어쩌면 측은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의 버릇인지 결혼 때는 으례 다이어」가 그중 커다란 비중을 차지함을 누구한사람 무시하지 못했다.
숙이도 받고 기야도 받았으니까 나도…식으로·제법 큰 폐풍이 된지도 오래다.
나는 역시 친구 기야의 총명에 새삼스레 가슴이 느긋했음을 참을 수 없었다. 기얀 대학 때부터 가까운 친구다. 기야의 결혼반지「다이어」를 만지면서 『난 도무지 자신 없어. 그런 거 받을 것 갈지가 않구나. 사실 그렇게 받고 싶은 맘도 없지만』 하는 내 말에 배시시 웃기만 하던 기야가 자기의 반지가「다이어」가 아닌 유리 조각이노라고. 신랑의 체면을 위해 한달 쯤 속임수를 쓴 것뿐이라고. 그런 걸 뒤늦게 안주 위에서는 기야의 총명에 갈채를 보내는데 인색할 수 없었다. <주순희·24세·교사·미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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