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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숙박업소 "예약 안 받아요"

중앙일보

입력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D모텔. 이 업소는 서울시가 2002년 월드컵에 대비해 외국인 관광객용 중저가 숙박시설인 '월드인(world inn)' 으로 지정한 곳이나 종업원에게 외국인의 투숙 예약을 받느냐고 묻자 "당일 손님만 받는다" 고 퉁명스레 대답했다.

서울시가 월드컵 기간 중 서울을 찾을 외국인 관광객(38만명 예상)의 35% 정도를 수용하겠다며 추진하고 있는 월드인 사업이 실적 위주의 지정과 업주들의 무관심으로 겉돌고 있다.

시는 지난해 1월부터 숙박요금이 6만원 이하인 중.소 규모 숙박업소의 신청을 받아 월드인을 지정, 교통유발부담금과 환경개선부담금을 각각 50%와 25%씩 감면해 주고 시설 개.보수 자금 50%를 저리 융자해주고 있다.

본지 취재진이 4백25곳의 월드인 업소 가운데 50곳을 무작위로 선정해 방문.전화 조사한 결과 예약을 받는 곳은 서초구 서초동 K여관 단 한곳뿐이었다.

◇ 이름뿐인 월드인=조사한 업소 중 영어 안내책자가 비치된 업소는 한 곳도 없었다. 또 서울시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8월부터 영어.일어 등 6개 국어 무료 전화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업주들은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신용카드를 아예 받지않거나(17곳), 카드결제 때 추가 요금을 요구하는 업소(10곳)도 절반이 넘었다.

이처럼 월드인 사업이 겉돌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장기 투숙객을 받는 것보다 기존의 러브호텔식 영업을 하는 것이 수익성이 높아 업주들이 월드인 지정 자체를 못마땅해 하기 때문이다.

서대문구 창천동 R모텔 업주 吳모(65)씨는 "시와 구에서 반강제로 권유해 할 수 없이 월드인 지정을 신청했지만 별다른 혜택이 없어 반납하고 싶다" 고 말했다. 그는 "월드인으로 지정되면 연 20여만원의 각종 부담금 감면 혜택을 받지만 이것만으로는 수입 감소를 보전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고 덧붙였다.

서울과 달리 일본의 경우 민간단체인 일본국제여행협회가 1991년부터 '웰컴인(welcome inn)' 이란 이름으로 전국의 9백여 중저가 숙박시설에 대해 외국인 대상 예약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 부실한 안내 사이트=서울시와 관광공사가 전담업체를 선정, 지난 8월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간 '월드인 사이트(http://www.worldinn.com)' 는 준비 부족으로 검색 가능한 서울시내 월드인이 전체의 8%인 35곳에 불과하다.

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문화관광 홈페이지(http://www.visitseoul.net)마저 종로구에 위치한 월드인이 서대문구에 있는 것으로 표기되는 등 엉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행정지도 등을 통해 월드컵 전까지 문제점을 개선하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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