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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의 정책 기조연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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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근대화의 기수를 자처>
민중당 정책기조연설에 이어 오늘은 공화당의 정책기조연설이 있었다. 공화당은 여당으로서 필연적으로 현실정치에 대하여 직접적인 책임을 지고있는 만큼 우리의 관심은 민중당의 경우에 있어서보다 한층 높은 바가 있다. 그런데 우리가 공화당의 정책기조연설을 보고 느끼게 되는 것은 전체적으로 보아 여전히 무지개를 쫓는 것과 같은 감상적·즉흥적인 인상을 준다는 사실이다.
연설문 전편을 통하여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조국근대화」 혹은 「근대화」라는 용어를 내세우고 있어 이 것이 마치 후광과도 같이 공화당을 작열 시키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확실히 「근대화」의 부르짖음은 군사혁명정부이내 공화당이 줄곧 늪이 내걸고있는 매력 있는 「슬로건」이다.
공화당은 집권이내 바로 이 근대화를 위하여 진력해왔으며 또 계속 진력해나가겠다는 것이 기조연설의 기본적인 취지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근대화」를 위하여 몸부림치는 공화당의 「오리엔테이션」에 대해서는 전국민이 누구하나 반대의 소리를 표시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본인은 어제 민중당의 기조연설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읍니다』, 또 『본인은 민중당에서 내세우는 많은 시책이 바로 공화당도 추구하고 있는 것이므로 마음 든든히 생각했읍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만큼 민중당도 역시 공화당의 기본태세인 「근대화」추구에는 하등의 이론이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공화당은 집정 3년에 즈음하는 올해 작년도의 정책기조를 안정에 두고 조용한 전진을 하고자 합니다』라고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정부가 보여주는 모든 경제정책상의 계수는 「안정」과 「조용한 전진」에 모순되는 바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점에 있어 우리는 정부와 여당이 반드시는 일치한 시책노선을 걷고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갖게되는 것이다.
연설문은 시종 공화당의 과거 2년간의 치적을 화려하게 찬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전개되고 이룩될 더욱 화려한 「비전」을 국민 앞에 피력하면서 야당의원과 국민일반의 협조를 호소하고있다.
간혹 집권기간의 실책을 시인하는 발언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것은 대개가 시행착오 혹은 「불가피」를 가지고 정당화하고 있다.
철도청 부정사건, 사직공원용 지불하 사건, 원호처장 독직사건, 상공부 특허국 수뢰사건, 지리산 도벌사건, 「메사돈」 사건 등이 허다한 부패의 기록에 대해서는 공화당은 별로 깊은 사과와 반성을 보이는바가 없는 것 같다.
그리하여 오히려 『본인은 기차를 타본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알고있는 열차 운임 부정사건 같은 오랜 세월동안 굳어있는 뿌리깊은 부패가 공화당 정부에 이르러 과감하게 파헤쳐졌다는 사실에 대해 의의 깊게 생각합니다』라고 하니, 사람의 보는 각도라는 것은 참으로 이토록 다를 수 있는 것인가를 느끼게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철도청 부정사건은 공화당 정부를 위하여 참으로 수치스러운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시정과 쇄신에 소극적>
우리가 알기로는 공화당은 기백 있는 청년 의당이다. 기백 있는 청년, 높은 이념을 향하여 전진하는 청년은 언제나 자기들의 과오를 시정하는데, 그리고 직면하고있는 현실을 쇄신하는데 조금도 인색함을 보이기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이번 연설문은 이점에 있어 다소 노인과 같은 완고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웬일일까. 예를 들면, 최근 이 국회의장의 발언으로 많은 국민들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있는 헌법·정당법·선거법 등의 개정논의에 대해서도 간단히 이를 거부해버리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좀 심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개정을 추진시킬 수는 없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다같이 그 결과를 연구해보자는 정도의 의사는 표시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지방자치제 실시에 관해서도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 좀더 준비와 연구를 하자는 태도를 보였는데, 이것은 너무나 완만한 반응이 아닐까 생각된다. 명년의 총선에 관련하여 생각할 때 이것은 시급한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언제부터 실시하도록 하자는 확실한 약속도 없이 연구와 준비만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지방자치제 실시에 관해서 별로 열의가 없는 것 같다는 인상을 주게되는 것이다.
「한국 속의 한국」에서 「아세아 속의 한국」으로, 나아가서는 「세계 속의 한국」으로 뻗어가자고 부르짖는 공화당이 문화정책에 관하여 소홀한 느낌을 주는 것은 유감이다. 『민족자주의 문화가 열매를 거두는 알찬 가을을 기다리기 위해 공화당은 올해도 학문상과 예술의 무성한 숲을 가꾸려』깐다는 것뿐이니, 결국 구체적이 진은 없는 것 같다. 글 「민족문화 센터」의 건설만 가지고는 부족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도 우리 나라가 자랑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세계에서도 뒤떨어지지 않은 교육열이라고 하겠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의 학문과 문화를 향상시키며 보호하기 위한 좀더 알찬 설계가 제시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가령 대학의 자치, 학문의 자유 등이 좀더 크게 논의되었어야 할 것이다.
『이제 공화당은 제2차 5개년 계획이 시작되는 67년부터 71년까지를 조국근대화의 2단계 준비과정으로 보고 이것이 완결하는 71부터는 도약단계에 들어가 70년대 후반기에는 바야흐로 근대화를 성취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고 한다. 10년 후의 우리 나라에 근대화가 성취된다고 하면 66년도의 집권당의 정책기조로서는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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