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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히긴 했어도 「흐뭇한 인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요즘 서울성북경찰서 면회실에는 아침마다 눈물겨운 정경이 벌어져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고있다.
1주일전 경범죄로 들어온 최준화(34·주거부정)씨를 찾아 아침마다 사과와 빵을 사들고 오는 거지차림의 소년 정대성(9)군이 눈물의 주인공.
최씨는 정군을 볼 때마다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곤 하는데 최씨와 이 소년은 1년전 오산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 외로운 처지(고아)를 피부로 느껴 부자처럼 지내왔다.
아빠는 지겟벌이, 정군은 꽁초줍기를 해오며 살아오다가 지난 10일 최씨가 2년전에 가난하다고 집을 뛰쳐나간 부인 김경자씨와 애들을 찾다가 우연히 자기아들 비슷한 어린이를 보고 이것저것 물어보다 경범죄로 잡혀 들어온 것.
그동안 정군은 아빠를 못잊어 광화문에서 청량리까지 하루에도 다섯 차례씩 담배꽁초를 주워 하루 40원씩을 벌어 잠은 다리 밑에서 자고선 아침이 되면 이 돈으로 먹을 것을 사들고 아빠를 찾아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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