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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리 초도 순시 낙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정일권 국무총리는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이틀 동안에 걸쳐 충청남북도와 경상남북도를 초도 순시했다. 박정희 대통령을 대리하여 지방 관서를 초도 순시한 정 총리는 금년 또한 「일하는 해」로 정하고 증산·수출·건설이란 3대 목표 달성을 위해 총력을 경주하려는 정부의 의욕을 지방 공무원들에게 전달하고 그들의 가일층의 분발을 당부했다.
정 총리는 특히 세입의 증대와 예산의 절감으로 조국의 근대화에 이바지하자고 역설했다.
그는 『앞으로 지방 행정에 대한 평가의 기준을 국고에의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세입을 늘리는데 두고 그에 따라 행정 능력을 평가하겠다』고 다짐하고 『세입 증대에 공이 많고 근무 성적이 특히 우수한 공무원을 매년 3백명∼5백명씩 선발하여 상금을 주고 특별 승진을 시켜 사기를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정 총리는 『그러나 공무원의 부정에 대해서는 지위의 고하를 불문하고 가차없이 엄벌에 처하겠다』고 경고하고 특히 세무 공무원의 「청렴 결백」을 당부했다. 정 총리의 이번 지방 순시 중 낙수를 모아본다.
▲신탄진 연초 공장=공장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듣다말고 정 총리는 『현황 설명은 전번에도 들었으니 생략하고 연초의 해외 수출에 대한 전망과 중앙에 대한 요망 사항만 얘기하시오….』
준비가 없었던지 공장장이 얼굴이 홍당무가 된 채 대답이 없자 고급 모조지로 된 「브리핑·차트」를 가리키면서 『예산 절약은 종이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중앙관서를 돌아보았더니 비싼 모조지를 쓴 곳은 한군데도 없었어요. 앞으로는 값싼 갱지를 쓰시오』라고 일침.
그는 이어 한사람 앞에 한갑씩 놓인 「신탄진」을 가리키면서 『「객초」라 해서 「신탄진」을 내놨는데 앞으로는 제일 값싼 담배를 내놓아 쓸데없는 예산 낭비를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 자리에 있던 한 당무자는 철도청 사건이 난 다음이라 현업관청인 전매청에 대해 특히 일침을 놓은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유성 만년장 「호텔」=만년장 「흐텔」에서 l박한 정 총리는 상오 7시 수행 기자들과 조찬을 나누었다. 이 자리에서는 다음주로 예정된 전라도와 제주도 순시 얘기가 나왔는데 『차 농림과 안 교통에 대한 야당의 해임 공세나 일단락 되어야 내려가지?』하면서 바로 옆에 앉은 구태회 의원과 차 농림을 번갈아 바라봤고 차 농림은 그저 황송하다는 듯 머리만 긁적거리고….
▲부산시청=약 1시간에 걸친 시정 「브리핑」을 듣고 난 다음 정 총리는 『난 이번 길에 가는 곳마다 예산 절감과 세입 증대를 강조했지만 부산시에 대해서만은 그런 말을 하지 않겠다. 한국의 지도를 바꿔놓은 부산시 구획 정리 사업은 특히 감명 깊었으며 모든 공무원들이 김 시장만큼 한 의욕을 갖고 일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칭찬하여 부산시 직원들은 모두 어깨가 우쭐.
정 총리는 상경에 앞서 수영 비행장에서도 김 시장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한층 더 노력해 주시오』라고 당부했는데 이를 지켜보던 수행원 한사람은 『김 시장을 서울로 모셔 오면 어떨까요』라고 제의 (?)하여 일동의 고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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