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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공세 십자 포화 속|미·월맹 직접 대화|기대 거는 「베일」에 싸인「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걷잡을 수 없이 「에스컬레이션」의 악순환을 거듭해 오던 월남전의 협상을 위한 결정타가 될지도 모를 가장 효과적인 대화 「파이프」 미국·월맹간의 직접 화평 교섭이 하나의 설이 아닌 사실로 확인되었다.
줄기차게 다각적으로 협상 명수들을 등장시켜 『전쟁터에서 「테이블」 에로』의 「모토」 아래 평화 공세를 취하고 있는 미국의 협상 「에너지」가 월맹과의 마지막 단판에서 진가를 발휘할 때가 온 듯하다.
백악관 공보 비서 「빌·모이어스」씨는 10일 미국 정부의 승인 없이 월맹의 평화의도를 타진한다는 명분을 걸고 「하노이」로 잠입했던 3명의 미국 교수에 관해 기자들과 얘기를 주고받다가 이를 시인하고만 것이다.
그러나 「위대한 사회」의 입 「모이어스」씨가 월맹과의 직접 화평 교섭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인했을 뿐 화평 교섭의 장소나 내용에 관해서는 아직도 비밀의 「베일」 속에 감춰져 있다.
「해리먼」 순회 대사를 여러 중요국에 파견, 미국의 화평 노력에 대한 측면적 지원을 호소케 하고 「골드버그」 「유엔」 미국 대사로 하여금 「바오로」 6세 「로마」 교황에게 미국의 호의를 전달, 영적인 지원뿐 아니라 현실적인 수고를 당부토록 안간힘을 쓰고 있는 미국 정부가 월맹과의 직접 교섭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은 월남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줄지 모른다.
징역을 각오하는 비장한 결심으로 월맹에 다녀온 「예일」 대학의 한 교수는 『미군 철수 전에도 월맹은 협상할 생각이 있는 것으로 확신한다』는 말을 한 것으로 보아 월맹에도 화평의 뜻이 전무하지는 않다는 가냘픈 희망을 부풀게 하였다.
그러나 적진 본부인 「하노이」까지 갔다 온 이 교수의 눈에도 『미·월맹 직접 교섭의 그림자가 조금도 비치지 않았다』는 점으로 보아 중공 압력 하에 있는 호지명이 직접 교섭에 대해 얼마나 야무지게 비밀을 지키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미국의 북폭은 하잘 것 없는 효과 밖에 거두지 못했다는 일부 비평가들의 불평에도 불구하고 10년간이나 내자·외자를 동원해서 건설한 국가의 대동맥인 산업 시설이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화하는 광경을 목도하는 호일당의 마음속에 도사린 초조감은 손에 잡히는 듯하다.
다만 지리적 관계도 겹쳐 미·중공의 대결의 양상까지 곁들인 월남전에서 월맹이 아·아무대에서의 영도력 감소로 궁지에 몰린 중공의 발악과 「베트콩」 중핵 분자들의 철저 항쟁이란 올가미를 어느 정도 풀 수 있느냐에 미국과의 직접 대화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보는 것도 주도는 아닐 것이다.
『월맹의 최후 승리를 믿으며 미 제국주의의 침략을 규탄한다』고 반미적인 나팔을 불어 대어 미국의 낙관론자들의 가슴에 못을 박은 소련 공산당 권력자 「알렉산드르·셀레핀」 이 9일 「하노이」에서 『월맹을 지원하려는 공동의 노력은 모든 사회주의 국가의 신성한 의무』라고 분열파 북평을 호되게 깐 것은 중공에 대한 소련의 반항의 칼이 무디지 않았다는 실증도 된다.
어쨌든 주통일「아랍」 공화국 월맹 대사 「구엔·수안」이 10일 UAR 외무차관을 예방, 미국의 평화 제의를 토의했다는 보도나 「안드레이·그로미코」 소련 외상이 「로마」 교황의 평화 호소에 회답하기 위해 2월 「바오로」 6세를 방문할 것이라는 설은 월남전의 평화 해결에 대해 월맹과 소련의 호흡이 어느 정도 맞아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고무적인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미국의 북폭 중지를 비롯한 화평 노력이 막바지에 다다른 감이 있으며 이번에도 미국의 노력이 실패한다면 「라오스」에로의 미군진주, 「캄보디아」 영 침입 「하이풍」·「하노이」 폭격 등 불길한 「에스컬레이션」만이 기다리고 있음에 비추어 미·월맹 직접 교섭에 대한 온 누리의 희망과 기대는 매우 크다고 아니할 수 없다.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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