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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러진 작위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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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인의 작품에는 개성이 풍기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 기성 작가의 어중간한 작품을 기준 삼아 노린다면 벌써 신인들의 문학을 대하는 태도부터 불성실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내가 이번 응모작품들을 대하고 느낀 점이 바로 그것이다.
비교적 주인공의 고민을 잘 살린 하기성씨의「살의시대」, 문장이 무난한 양인자씨의「삼등 항해사」, 농촌의 풍물이 잘 담겨져 있는 이하옹씨의「날가리」, 빈민의 생태가 어지럽지 않게 그려져 있는 박남규씨의「Rh-O형」등 모두 소설작법에는 맞는 작품들이나 작자가 자기대로의 인생을 보려는 노력이 결여되어 있다.
형법상의 죄와 심리적인 죄와의 갈등이라는 독특한 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장철호씨의「유예」가 있다. 작자가 새로운 각도로 인생을 보려 한 점은 좋다. 그러나「카뮈」의「이방인과「사르트르」의「벽」의 냄새가 짙게 풍기는 이 작품에는 작품으로서의 필연성보다는 작자의 작위성이 두드러져 보인다.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한 것은 작자가 무엇인가 새롭게 인생을 보고자 하는 열의를 샀다는 점과 앞으로의 격려를 위한 점이 거의 반반씩 섞여 있음을 당선자는 알아야 할 것이다.
박화성 정비석 황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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