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리뷰] '어느 게으름뱅이의 책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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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아는 이권우씨(사진) 는 결코 게으름뱅이가 아니다.

아니, 책을 읽는 일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부지런하고 꼼꼼하다. 그런 그가 '출판저널' 편집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써온 글들을 모은 신간이 『어느 게으름뱅이의 책읽기』다.

아마도 책읽기를 시간 많은 이들의 여유쯤으로 여기게 된 세태를 꼬집는 역설적 제목이 아닐까 싶다. 출판계의 활성화를 위해선 평론가 집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믿고, '도서평론가' 라는 자신의 직함에 애착을 갖고 있는 그에겐 책읽기가 '일' 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보면 저자의 부지런함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그가 '겹쳐' 읽고, '깊이' 읽은 책들에 관한 짤막짤막한 에세이들은 그 자체로 좋은 책 정보가 될 뿐 아니라, 책들을 골라 읽는 방법에 관한 하나의 잣대를 제시해준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읽었음직한 『로빈슨 크루소』와, 그것을 여러 각도에서 재해석한 『로빈슨 크루소의 사랑』『방드르디, 태평양의 ?뻐湧?비교 분석해놓았는가 하면, 신경숙의 단편 '오래 전 집을 떠날 때' 와 김병익의 기행문 『페루에는 페루 사람들이 산다』를 통해 성.연령.장르 등 여러 모로 대조적인 두사람이 '페루' 라는 공통 분모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보여준다.

하나의 주제가 어떻게 다양하게 변주될 수 있는지 발견하고 생각의 틀을 확장해 볼 수 있는 것이야말로 이같은 '겹쳐 읽기' 의 재미다.

프로이트의 『토템과 타부』, 김지하의 『예감에 가득 찬 숲 그늘』 등에서 시도한 '깊이 읽기' 는 일반인들에겐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문학비평.심리학.미학 관련서조차 기꺼이 접근해보도록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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