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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리스트 먼저 찾아라 … 검찰·경찰 정보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대선 이후 본격화될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검찰과 경찰이 서로 상대방의 비리에 대한 정보전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 ‘상납 리스트’를 추적하고 있다. 문제의 리스트는 검찰의 가짜 양주 제조·판매책 수사 과정에서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가짜 양주를 제조해 판매한 김모(47)씨를 구속기소했다. 김씨가 만든 가짜 술은 형(49·구속기소)이 무허가로 운영해 온 유흥업소들에서 주로 팔렸다. 형 김씨는 ‘룸살롱 황제’ 이경백(40)씨에게 속칭 ‘삐끼 영업’을 전수한 유흥업계의 대부로 통했다. 그는 2000년 초부터 호객꾼을 동원해 취객을 유인하는 영업으로 200억원대의 부당 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의 수사는 김씨 형제를 구속기소하면서 일단락된 듯 보였다. 하지만 최근 형 김씨의 유흥주점을 운영해 온 바지사장 A씨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로비 의혹’ 수사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검찰은 형 김씨에게만 리스트의 존재 여부를 추궁해 왔는데 최근 A씨에게 상납 리스트가 있다는 관련자들 진술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리스트에는 김씨 형제가 10여 년간 상납한 총경급 간부 등 경찰은 물론 검찰과 국세청 인사들의 이름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어느 쪽이 먼저 이 리스트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대선 이후 벌어질 수사권 조정 논쟁에서 한쪽은 타격을 입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준(51·구속기소) 서울고검 검사의 뇌물 수수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검찰이 ‘반격의 카드’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경찰 역시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A씨의 행방을 쫓고 있다고 한다.

 검찰은 또 김광준 검사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54·중국 도피)씨의 로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제기한 의혹 외에도 상당한 내용이 새로 발견됐다”며 “김 검사와 직접 관련된 것 외에는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지만 향후 수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 역시 조씨 관련 수사를 마무리하지 않았다. 경찰은 김광준 검사 금품수수의 결정적 단서가 된 2000여 개에 이르는 계좌를 계속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강남 최대 룸살롱으로 불리는 ‘어제 오늘 내일(YTT)’ 등 대형 유흥업소들의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최근 단속 무마 등 대가로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윤모(54) 경위를 구속기소하기도 했다.

문병주·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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