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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한일의 문턱(5)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사회풍조>
일본과 한국이 국교를 맺은 65년, 그릇된 서구문화의 무질서한 도입으로 「혼탁의 극」을 이룬 종래의 우리사회풍조가 65년을 기점으로 또 한번 문호를 개방, 진통의 가시밭 문턱에 「스텝」을 옮긴다.
해방 이후 서서히 음성적으로 밀수입된 서구의 비뚤어진 사회풍조는 겨레의 냉엄한 심판을 받기도 전에 우리사회내부에서 그 행동반경을 넓히며 더욱 판을 치고있다.
5·16직후 혁명정부는 구악과 부패의 일소, 퇴폐한 국민도의 시정, 청신한 사회기풍 진작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무슨 행사가 있을 때마다 귀가 따갑도록 듣던 이 소리마저 이제는 간 곳이 없다.
공염불의 범주를 벗어나 전국민의 뇌리에서 이미 사마진지 오래다.
65년에 접어들면서 한·일 회담의 「무드」가 무르익자, 변덕스럽고 간사한 사대근성이 여기 저기서 발로되고 오랜 생활난에 쫓기다보니 어느덧 잔인한 폭력범죄, 사회지능 범죄의 만성병에 걸려버렸다. 『나만 잘살면 그만이다』는 이기적인 풍조가 사실상 우리네 사회를 덮어버리고만 느낌이다.
『한국과 같은 서구문명과 전통문명의 잠정적 완충지대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불가피하다』고 일부식자는 체념한다.
전례 없이 잔인했던 춘천호여인토막살해사건 (1월27일 새벽2시)-지난날 일본소설에서나 본 것 같은 이 참극이 바로 악화해 가는 민심, 극도로 쇠퇴해버린 국민도의의 좋은 본보기였다.
며느리가 인색한 시아버지를 청부살해하고, 아내가 치정 남편을 위계 살인하는 등 이 모두가 잔인한 「사회에의 반항」이요, 공격지향형의 노출현상이었다. 이 같은 폭력범죄에 비해 지능범죄 역시 뒤지지 않고 활개쳤다. 특히 도시에서….
천태만상의 사기수법, 공무원 범죄가 점차로 발달해 가는 수사기능에 등비급수로 지능화 해가고 있다. 올 한해동안의 일반 공무원 범죄는 총2천5백5전으로 작년보다 3백89건이 증가했고, 경찰관의 부정은 10월 현재 2천1백5건, 작년에 비해 1백82건이 더 늘었다. 『우선 못사니 먹고 보자』는 등의 부패, 타락된 심리가 행정을 어지럽힌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여기다가 청소년범죄마저 큰 사회문제로 등장, 어지러운 이 사회에 또 하나의 「이슈」를 제기하고있다. 청소년범죄의 집단화, 저연령화, 포악화, 지능화, 도시집중화, 중류층소년범죄의 증가 등 일련의 현상은 일본아류의 저속한 출판물을 비롯한 각종 풍속영업의 악영향, 성인들의 쾌락주의에 그 원인이 있다고들 보지만 이것 또한 내일의 청순한 사회풍조를 위해서는 암이 아닐 수 없다.
이상에서 든 사회질환은 그래도 「만성」에 속한다. 이 시점에서 보아 더 위험한 것은 일본을 무턱대로 흠모하는 「급성」사회질환이다.
간사한 상혼의 탓인지 거리에 나붙은 「왜식」집간판이 「화식」으로 바뀌었다가 이제는 「일본식」으로 둔갑했다.
명색이 사장이라고 뽐내는 족속들이 일본장사의 계장급이 온대도 김포공항까지 마중 나가 굽실거리는 사대적 추태는 목불인견이다. 「호텔」이나 일류식당에 일어 「메뉴」가 나왔다하여 경찰의 단속대상이 되던 것은 이미 과거지사다.
일본글로 경을 읽는 창가학회가 종교이전의 정치적 배경 속에서 움트는가 하더니 지금은 도시의 거리마다 일어강습소간판이 판을 치고, 심지어는 일본제국주의시대의 복고조 「무드」가 대중가요 속에 깊숙이 파고 들어가고 있다.
이는 가곡심사위원회가 지난10월 왜색조의 가요로 지목, 심사대상으로 삼은 것이 18곡이었는데 비해 12월에는 50곡으로는 사실만 봐도 능히 짐작이 간다.
한국 사람이 일본말을 잘하여 일본사람인체만 해도 초보적 사기가 통할 판이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사회풍조인가?
이러다간 「달러」아닌 원화가 주체성이란 경고의 말이 홍수에 오히려 편승해서 한국경제계는 물론 생활을 폈다 접었다할 날이 오지 않는다고 그 누가 장담하겠는가….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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