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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서가] '파킨슨의 법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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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파킨슨의 법칙/노스코트 파킨슨 지음, 김광웅 옮김, 21세기북스, 9천원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빠지지 않는 공약 중의 하나가 정부조직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몸집 줄이기'작업은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쯤이면 어김없이 '불어난 몸집'으로 나타나곤 했다.

정부조직 개편 때마다 이같은 현상을 경계하면서 인용되곤 하는 경구가 '파킨슨의 법칙'이다.

1955년 영국의 경제학자 노스코스 파킨슨이 '런던 이코노미스트'지에 발표한 이 법칙은 '공무원의 수는 업무량에 관계없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파킨슨은 이를 통계적 사례로 보여준다. 1935년 영국 식민성의 행정직원은 3백72명이었는데 식민지가 크게 줄어든 1954년에는 1천6백61명으로 늘어났다. 실제 업무량과 관계없이 승진 등 조직 내부의 필요에 의해 불필요한 일자리가 생기고, 늘어난 인원을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일거리가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공무원 조직뿐만 아니라 비대해진 공기업과 관료화된 대기업에서도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사람이 늘어난다고 해서 개개인의 일이 줄어들지도 않는다. 길어진 결재라인과 복잡한 의사결정 체계로 인해 빚어지는 비능률과 비효율은 인원증가의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새로운 회의가 생겨나고, 불필요한 업무조정에 하루가 간다.

전에는 한 사람이 하던 일을 여러 명이 논의할 수 있도록 새로운 문서가 작성되고, 이를 고치고 다듬느라 여러 사람이 바쁘게 움직인다. 그 결과 조직 전체의 성과가 올라가기는커녕 떨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의 논문을 책으로 정리한 '파킨슨의 법칙'이 서울대 행정대학원 김광웅 교수의 번역으로 새로 나왔다. 정부의 행정개혁위원회에서 활동하고 대통령 직속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역자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 책을 번역해 낸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세기 가까이 전에 나온 파킨슨의 법칙이 실감나게 다가오는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이 법칙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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