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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에는 나오지 않는 이야기들

중앙일보

입력

영웅적 비통함과 이국적 동경이 물씬 풍기는 화려한 문체로 뭇 여성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았던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은 수많은 자신의 애인들을 기억하기 위해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수집했다.

"바이런의 시를 출간했던 런던의 출판사 사무실에는 현재 수많은 봉투들이 있는데, 그 안에는 그가 넣어놓은 각기 색깔이 다른 곱슬곱슬한 털뭉치와 함께 그의 애인이었던 여인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제임스 벤틀리는 그의 저서 「잠들지 못한 유골들」에서 그렇게 밝히면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그런데 그 털들은 굉장히 곱슬곱슬하다고 한다" 이같은 이야기들이 역사 교과서에 나올 리 없다. 오스만투르크 제국에 존재했던'하렘(harem)' 안에서 일어난 기기묘묘한 행위들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미국 미시건대와 컬럼비아대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있는 리처드 잭스의 저서 「백과사전이나 역사 교과서엔 실리지 않은 세계사 속의토픽」(가람기획)은 이처럼 역사의 뒤안길에 감춰진 엽기적 이야기들을 실은 책이다.

주로 성(性)과 관련된 에피소드들, 죄인의 처형에 대한 이야기, 잘 알려지지 않은 서구인의 화장실 문화, 중세와 근세에 사용됐던 기상천외한 정신병 치료법 등 감히 공론화하기 힘든 변태적이고 잔인하고 엽기적인 사실들이 주된 소재다.

3시간 전 단두대에서 사형에 처해진 살인범의 머리를 전달받은 의사가 개의 피를 주입했더니 2초간 입술과 눈꺼풀이 움직였다는 얘기라든가 자위행위를 하다가 질속으로 향수병이 들어가 버린 수녀의 이야기, 카사노바가 이탈리아의 시인인 아레티노의 저서에 기술된 16가지 체위를 응용해 본 이야기 등이 나온다.

15-16세기 유럽에서 유행했던 남성들의 바지 앞에 달려 있는 샅주머니 '코드피스'에 얽힌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다음 구절은 한 예에 불과하다.

"중세 말기에 유럽 남성들은 몸에 꼭 붙는 바지를 입기 시작했고, 더블릿이나재킷의 길이는 점차 짧아졌다. 우리는 당시 영국의 교회재판소에서 '서 있는 자세에서 성기나 엉덩이가 드러날 정도로 길이가 짧은 더블릿을 입은 남자들에게는 신분에관계없이 20실링의 벌금을 부과했다'는 기록을 통해 일부 남성들이 고환을 드러내고다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중략) 그러나 벌금이나 재판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결국 영국 교회는 성기를 가릴 수 있는 복장을 착용하도록 규정했는데 이것이 코드피스가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철저한 고증을 거쳐 집필한다는 잭스의 저서에 실린 이야기들이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지어낸 이야기인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이 책에는 공식적인 문헌에는 존재하지 않는 엽기적이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328쪽.1만원. (서울=연합뉴스) 정 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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