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일 협정 발효를 앞두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일 협정은 일본의 중·참 양 의원의 비준을 봄으로써 오는 21일에 비준서를 교환하게 되었다. 비준서의 교환으로써 양국간의 국교는 정식으로 정상화될 것이며 우선 대사를 서로 임명·부임시키고 불원한 장래에 양국원수의 상호방문도 있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한·일 협정이 정식으로 발효하게 됨으로써 오랫동안의 불행했던 양국관계는 일단 청산되고 협정의 내용과 정신에 따라 새로운 차원에서 양국간의 접근이 전개하게 될 것이다.
14년간에 걸쳐서 계속되었던 이른바 한·일 협상은 이런 직류의 국제회의 중에서도 가장 난산의 것이었는데 이는 양국간에 개재되어 있던 현안 의제문제가 얼마나 복잡한 것이었던가를 단적으로 입증해 준다. 협정 내용에 있어서의 합의접근이나 또는 협정의 국회 비준에 있어서나 양국은 다같이 격심한 정치적 시련을 겪지 않으면 안 되었었다. 이는 양국 국내에 있어서 국론이 찬반 양론으로 대립되어 있었던 탓이다.
특히 한국에 있어서는 협정 비준을 에워싸고 의회정치가 위기에 빠지는 아슬아슬 한 고비를 넘겨야 했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이제 국교정상화의 문턱에 서게된 오늘 이 마당에 있어서 다시 국론을 통일하여 정부와 국민이 올바른 자세를 갖추어서 대일 국교에 임하기 위해서는 국내정치상 획기적인 조처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이러한 조처 중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부가 하루 빨리 대일 국교 백서를 발표하여 국민으로 하여금 정부가 이미 맺어진 조건으로 대일 관계를 타결 짓지 않을 수 없었던 사유를 납득케 하는 것이다. 외교에는 상대가 있는 것이므로 자기나라의 주장이나 국가적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교섭과정에 있어서 허허실실의 권모술수를 써야할 경우도 많다. 때문에 조약체결에 있어서는 협상과정에 있어서나 비준절차에 있어서나 비밀에 붙여져야 할 사항이 적지 않게 있는 것이다. 그러나 조약이 비준되고 발효되면 협상경위와 교섭내용에 관한 것은 모두 공개되어야 한다.
한·일 협정의 경우 국민가운데는 소위「김·대평 메모」의 진상, 평화선 문제, 독도 문제, 청구권 문제, 그리고 관할권 문제 등에 관하여 근본적인 의혹을 느끼고 있는 자가 적지 않다. 앞으로 정부가 국민을 납득시켜 거국적인 태세를 갖추어 대일 국교에 임하고, 조약 해석상 양국 사이에 가로 놓여 있는 현저한 견해차를 해소하는데 있어서 우리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교섭경위나 교섭내용에 대한 전반적인 백서의 발표가 필요하다.
국가외교에 있어서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중대한 의혹이나 오해를 산다는 것은 정부가 필요 이상의 비밀주의를 지키기 때문이므로 우리 정부는 이런 과오를 다시는 범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기를 요망한다.
끝으로 우리는 일본과의 새로운 협력관계에 들어서는데 있어서 정치·경제·문화 각 부문에 있어서 대일 태세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국교 정상화가 일본의 경제침투나 문화잠식, 심지어는 정치 진출 같은 사태를 가져오는 일이 없도록 자주적인 태세와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이점 지금까지 협정을 찬성해오던 세력이건 반대해오던 세력이건 간에 협정발효를 기정 사실로 시인하고 협조하는 기풍을 세워야 하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