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익산 왕궁탑서 두 보물 발견|「천년의 슬기」에 오직 경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익산=본사이종석·이리주재신광연기자]지난달 20일부터 문화재관리국에 의해 보수공사가 진행중이던 전북익산군왕궁면왕궁리 소재 5층석탑(보물44호)에서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것 가운데 가장 완전한 사리장치가 발견되고, 종래 구구하던 탑의 건립연대에 대한 새사실이 밝혀짐으로써 현지 관계자들을 흥분케했다.
종래 백제 또는 신라탑으로 일컬어져 오던 동탑의 보수공사를 감독중이던 황수영(동대교수)씨를 비롯한 홍사준(부여박물관장)씨등 학술관계자들은 공사진행에따라 탑이 고려초인것을 밝혀내는 한편 5일 상오 9시에는 1층 옥개 적심부에서 2기의 사리장치를 발견, 그 정교한 솜씨와 완전한 보존상태에 탄성을 올렸다.
한 탑속에서 두 사리장치가 나온 예는 이번이 첫번일뿐만 아니라 특히 금빛 눈부시는 순금제 절첩판경이 나온것은 처음있는 일로서 종래의 예로 미루어 우리 고고학계는 새국보 2점을 얻게된 것임이 분명하다. 감독관 황수영교수는 뜻밖의 발견에 합장만하고 있었고 홍사준 부여박물관장, 이 공사의 감독관 신영훈, 제도담당 정명호제씨와 시공자 장한건설 정부용사장 및 당지의 관계인사 수명이 숨을 죽이고 있는 가운데 사리장치 뚜껑은 열렸다. 넓이 l[미터]평방의 네모 반듯한 판석위에 2개의 구멍을 파고 도금한 함에 넣어 다시 이중으로 주채동함(동함=16×17.7×12.5cm, 서함=25×18.5×11cm)에 각각 안치된 사리장치는 1천년간의 세월에도 조금의 파손도없이 금빛찬란한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발견된 순금판경은 세로 14.8센티 가로 17.6센티의 금종잇장 19장을 이어맨 것. 거기에는 금강파라반야밀경이 씌어있었다. 금판을 종잇장처럼 늘려 만든 면에 콩알만큼씩한 한자가 양각처럼 도드라져 금빛찬란하게 빛난다. 금판경은 구김살 하나없이 차곡차곡 포개져 있다.
다른한편으로 목이 긴 사리병은 종래의 것과 대차없으나 그선이 날씬한 수품. 그 솜씨는 관계자들을 또 한번 감탄케했다. 특히 순금제 연봉(병마개)과 연엽좌대(받침대)의 정교한 솜씨가 놀랍다. 고운 녹청색 사리병속에는 수개의 사리가 모셔져 이 불탑이 지닌 신비한 신앙의 중심을 눈앞에 드러낸다.
전기 사리장치속의 금강경은 나라가 변란을 겪고 부처님에 국태민안을 발원하는 호국경임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신라시대엔 인왕경을 호국경으로 삼았음) 곧 이 불경은 왕궁탑이 나라의 안녕을위해 건조된 것임을 입증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사리장치 도금함의 장식이 극히 단조하여 백제나 신라의 그것과는 현격한 차이가 보이는데 이에 대해서는 금후 종합조사에 의해 밝혀지게 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