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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때 벗겨주는 베트남 고승의 말씀

중앙일보

입력

"틱낫한 스님은 성인이다. …평화에 대한 그의 생각들은 종교간의 화해와 세계의 우애와 인류애를 향한 기념비가 될 것이다. "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베트남의 망명 스님인 틱낫한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말 그대로 『귀향』은 기독교와 불교를 동시에 아우르며 현대인의 파괴된 정신세계를 치유하려는 노력의 소산이다.

한 문단 가량의 잠언적 경구를 제시한 뒤 그에 대한 인문.사회적 교양과 종교의 무게를 더해 설명하는 구절은 무더운 여름한 바가지의 세숫물처럼 정신을 맑게 한다.

비유의 거리가 너무 멀어 짐짓 헛기침 소리를 내며 읽고 또 읽어야 뜻을 파헤칠 수 있는 바이블보다 훨씬 쉽게 읽혀지면서도 생각의 표피만 자극하는 통속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노승의 삶과 사유의 두께가 느껴진다.

열반이란 말을 함부로 입밖에 내지 말되 부처와 예수를 석탄일이나 크리스마스에만 찾지 않으려면 일상을 부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경구 들은 현대 현대 종교가 쌓은 높다란 성(城) 을 우리 주위의 일상으로 끌어내리는 힘과 여운을 주고 있다.

화제작 『예수는 없다』를 쓴 오강남 교수의 깔끔한 번역 또한 이 책을 아주 쉽게 곱씹어 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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